目
【목目】 이때에 막 양기梁冀를 주살하니, 천하가 특별한 선정善政을 생각하고 바랐다. 황경黃瓊이 공公의 자리에 첫 번째로 있으면서 마침내 주군州郡의 탐욕스러운 자들을 적발하여 아뢰어서, 죽거나 귀양 간 자가 10여 명이었다.
〈황경은〉
여남汝南 사람
범방范滂을 불러 등용하였는데, 범방은 젊어서부터 청백한 절개에 힘썼다. 일찍이
청조사淸詔使가 되어서
기주冀州를
안찰按察할 적에
注+사使(사자使者)는 소리疏吏의 절切이다. 삼공부三公府에는 청조원淸詔員이 있어서 조사詔使(황제가 파견한 특사特使)의 명을 받들었다. 이때 기주冀州에 흉년이 들어 굶주리자 도적이 떼를 지어 일어났으므로 범방范滂을 청조사淸詔使로 삼아 안찰按察하게 한 것이다. 수레에 올라 고삐를 잡고서
개연慨然히 천하를 깨끗이 하려는 뜻을 품었다.
수령守令 중에 〈직권을 이용하여〉
장물贓物을 받은 자들이 모두 그의 기세를 바라보고
인수印綬를 풀고 떠나갔다. 〈범방이〉 권세를 믿고 강포한 짓을 하는 무리 20여 명을 아뢰자,
상서尙書가 범방의 탄핵한 바가 지나치게 많다고 책망하였다.
注+외猥(지나치다)는 남濫과 같다.
이에 범방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
신臣이 적발한 자가 만일 탐욕스럽고 비루하며 간사하고 포악하여 백성의 큰 폐해가 되는 자가 아니라면 어찌 이들로써
간찰簡札을 더럽히겠습니까.
注+도叨(매우 탐욕스럽다)는 도饕와 같다.
근간에
삼공부三公府에서 회의할 날이 촉박하다고 하므로 먼저 급한 바를 적발한 것이요, 사실을 확실하게 규명하지 못한 자는 참고하여 사실을 규명하고 있습니다.
注+“회일會日”은 삼공부三公府의 관리들이 조당朝堂에서 모이는 날을 이른다. “참실參實”은 참고하여 사실을 규명함을 이른다.
신臣이 듣건대, 농부農夫가 잡초를 제거하면 아름다운 곡식이 반드시 무성하고, 충신忠臣이 간신을 제거하면 왕도王道가 깨끗해진다고 하니, 만약 신臣의 말에 잘못이 있으면 사형死刑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상서尙書는 더 이상 힐책하지 못하였다.
目
【
목目】
강굉姜肱은
팽성彭城 사람이다. 두 아우인
중해仲海와
계강季江과 함께 모두 효성과 우애로 이름이 알려졌는데, 형제가 항상 한 이불을 덮고 잤다.
注+문聞(알려지다)은 음音이 문問이다.
일찍이 〈강굉과 강계강이〉 함께 군郡에 가다가 밤에 도둑을 만났는데, 도둑이 이들을 죽이려 하였다. 강굉이 말하기를 “아우는 나이가 어리고 부모가 사랑하시며 또 아직 장가를 가지 않았으니, 이 몸을 죽이고 아우는 살려주기를 원한다.” 하였다.
강계강이 말하기를 “형은 나이와 덕망이 나보다 훌륭하니, 집안의 진귀한 보물이요 나라의 영준英俊이다. 내가 죽임을 당하여 형의 목숨을 대신하기를 원한다.” 하니, 도둑이 두 사람을 다 놓아주고 옷과 물건만을 약탈하였다.
이들이 군郡에 이르자, 〈군郡의 관원이〉 강굉이 의복衣服이 없는 것을 보고 괴이하게 여겨 그 이유를 물었는데, 강굉은 다른 말로 핑계 대고 끝내 도둑맞은 일을 말하지 않았다.
도둑이 이 말을 듣고 감동하고 후회하여 강굉에게 찾아가서 머리를 땅에 두드려 사죄하고 자기가 약탈한 물건을 돌려주니, 강굉은 받지 않고 술과 밥을 주어 위로하고 보내었다.
국가에서 불렀는데도 강굉이 오지 않자,
조령詔令을 내려
화공畵工에게 그의 얼굴을 그리게 하였다. 그러나 강굉은 침침하고 어두운 방에 누워 이불로 얼굴을 가리고서 “눈앞이 아찔하고 어지러운 병이 있어 바람을 피해야 한다.”라고 말하니, 화공은 끝내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하였다.
注+도韜는 감춤이다. 현眩은 눈에 초점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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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目】 홍농연 두중弘農掾 杜衆은 이운李雲이 충간忠諫으로 죄罪를 얻은 것을 서글퍼하고 상서上書하여 이운과 함께 죽을 것을 원하자, 황제가 더욱 노하여 함께 하옥下獄하였다.
대홍려 진번大鴻臚 陳蕃과
태상 양병太常 楊秉,
락양시장 목무洛陽市長 沐茂,
낭중 상관자郞中 上官資가 공동으로
상소上疏하여 〈이들을 용서할 것을〉 청하였으나 모두 죄에 걸려 면직되고 축출되었다.
注+≪한관의漢官儀≫에 “락양시장洛陽市長은 질秩이 사백석四百石이니 대사농大司農에 속했다.” 하였다. 목무沐茂는 사람의 성명姓名이다.
관패管霸 또한 말하기를 “이운과 두중은 광망狂妄하고 우직하니, 처벌할 만한 죄가 되지 못합니다.”라고 하자, 황제가 말하기를 “‘황제가 자세히 살펴보고자 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어떤 말인데, 상시常侍가 그를 용서하고자 하는가?” 하였다. 두 사람은 마침내 모두 옥중에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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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目】 황제가
시중 원연侍中 爰延에게 묻기를 “
짐朕은 어떠한 군주인가?” 하자, 원연이 “
폐하陛下께서는
한漢나라의
중주中主(중간쯤 되는 군주)가 됩니다.”
注+원爰은 성姓이다. “중주中主”는 중간 재질의 군주를 이른 것이니, 위로 올라갈 수도 있고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데, 다만 보좌하는 자가 어떠한가에 달려 있음을 말한 것이다. 하였다.
황제가 “어찌하여 그렇게 말하는가?”라고 묻자, 원연이 말하기를 “상서령 진번尙書令 陳蕃이 정사를 맡으면 나라가 다스려지고, 중상시中常侍와 황문黃門이 정사에 관여하면 나라가 어지러워지니,
이 때문에 폐하陛下는 더불어 선행善行을 할 수도 있고 더불어 비행非行을 할 수도 있음을 아는 것입니다.” 하였다. 황제는 “나의 잘못을 공경히 들었다.” 하고는, 그를 오관중랑장五官中郞將으로 제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