目
[目]초楚나라 경양왕頃襄王의 병이 위독해졌다.
황헐黃歇이 진秦나라에서 태자를 모시고 있었는데, 그 소식을 듣고서 응후應侯에게 말하기를 “초楚나라 왕께서 병이 위독하시니 일어나지 못하실까 두렵습니다.
진秦나라가 태자를 돌려보내면 이는 우방과 친선하고 만 대의 수레를 비축하는 것이요
注+① 여국與國은 우호하여 서로 교유하는 나라이다. 저儲는 저축한다는 뜻이다.,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태자는
함양咸陽의 일개 평민일 뿐입니다.
초楚나라가 다른 군주를 세운다면 필시 진秦나라를 섬기지 않을 것입니다.” 하였다.
응후가 이 말을
진秦나라 왕에게 고하자, 왕이 “태자의 사부로 하여금 먼저 가서
초楚나라 왕을 문안하게 하고, 그가 돌아온 뒤에 이 일을 논의하라.”
注+② 태자의 사부는 황헐黃歇을 이른다. 하였다.
황헐이 태자와 함께 모의하기를 “왕께서 위독해지셨습니다.
그런데
양문군陽文君의 아들 두 사람이
초楚나라 안에 있으니
注+③ 양문군陽文君은 초楚나라 왕이 총애하는 희첩姬妾이다., 왕께서 만약 세상을 떠나신다면 양문군의 아들이 반드시 즉위하여 후사가 되어 태자께서 종묘를 받들 수 없을 것입니다.” 하였다.
이에 태자로 하여금 초楚나라 사신의 수레 몰이꾼으로 변장을 하고 관문을 나가게 하고, 자신은 숙소를 지키면서 병을 핑계로 객을 사절하였다.
태자가 이미 멀리 갔을 것이라고 생각되자 비로소 사실을 알리고 죽음을 청하였다.
注+④ 아래의 위爲(위하다)는 거성去聲이다. 수사守舍는 초楚나라 태자가 우거하는 관사를 지키는 것이다. 사謝는 알린다는 뜻이다. 사병謝病은 《자치통감資治通鑑》에는 “항상 태자를 위해 병을 핑계로 손님을 사절하였다.[常爲太子謝病]”라고 되어 있다. 탁度(헤아리다)은 도락都洛의 절切이다.
진秦나라 왕이 진노하여 그의 청대로 죽이려고 하자 응후가 아뢰기를 “황헐이 몸을 바쳐서 군주를 위해 도모하였으니
注+⑤ 순徇은 도모한다는 뜻이다., 태자가 즉위하면 반드시 황헐을 등용할 것입니다.
그를 돌려보내 초楚나라와 화친하는 것이 낫습니다.” 하니 왕이 그 말을 따랐다.
황헐이 초楚나라에 도착한 지 3개월 만에 초楚나라 왕이 훙薨하니, 태자가 즉위하여 황헐을 재상으로 삼고 회북淮北에 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