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臣按】 秦‧漢 이후에 賢主로 불린 임금들 중에 자신을 수양하여 잘못이 적었던 경우는 간혹 있었으나, 이 마음을 지키는 것에 매진할 줄 알아서 姦佞함이 그 틈을 탈까 두려워했던 사람으로는 태종만한 이가 없습니다.
태종은 오직 마음속에 주관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에 封德彛‧宇文士及‧權萬紀와 같은 무리가 모두 현혹시킬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든 것들이 똑같이 빠져들기 쉬운 것들이지만 嗜欲은 그중에서도 가장 빠져들기 쉬운 것입니다.
옛 聖王이 오직 이것을 두려워하셨기 때문에 ‘朋淫于家(소인과 붕당을 짓고 집에서 음란한 짓을 자행하였다)’는 禹王이 舜임금에게 경계했던 것이며, ‘無皇耽樂(한가하다고 여겨 즐기자고 말하지 마소서)’은 周公이 成王에게 경계했던 것입니다.
태종이 姦佞함에 대한 방비는 엄하게 하였으나 嗜欲의 구렁에서는 벗어나지 못하여, 가정 내에서 이미 부끄러운 덕이 많았고 武才人이 여우처럼 홀리는 유혹이 마침내 훗날 唐나라의 종사가 바뀌고 李氏 황족들이 살육되는 재앙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태종이 타고난 자질이 뛰어나 마음을 공격하는 것들의 근원은 알았지만 학문의 공력이 얕아서 마침내 그중 가장 심한 해악을 이기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지혜는 여기에 미쳤지만 仁은 이것을 지키지 못했던 것입니다.
原注
근세에 〈心箴〉을 지은 儒生이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아득하고 아득한 天地는茫茫堪輿
굽어보나 우러러보나 끝이 없구나俯仰無垠
사람은 그 사이에서人於其間
작디작게 몸을 가지고 있으니眇然有身
이 몸이 미미하기가是身之微
太倉의 곡식 낟알과도 같은데太倉稊米
참여하여 三才가 된 것은參爲三才
오로지 마음 때문이라네曰惟心耳
古今을 통틀어往古來今
어느 누구인들 이 마음이 없겠는가孰無此心
마음이 肉身의 노예가 되면心爲形役
마침내 禽獸가 된다네乃獸乃禽
오직 입이며 귀며 눈이며惟口耳目
손발의 일거수일투족이手足動靜
틈새를 파고들어投間抵隙
그 마음의 병통이 되는 것이라네爲厥心病
미미한 하나의 마음을一心之微
여러 가지 욕심이 공격하니衆欲攻之
거기서 보존된 것이라고는其與存者
아, 얼마 되지 않는구나嗚呼幾希
군자는 誠을 보존하여君子存誠
능히 생각하고 공경하기에克念克敬
마음이 태연하니天君泰然
온몸이 명령을 따르는 것이라네百體從令
이 箴은 비록 평범한 말이기는 하지만 마음을 바르게 하는 학문에 깊고 절실하기 때문에 여기에 수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