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24-1-나(안按)
[신안臣按] 간사한 소인이 임금에게 총애를 얻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임금의 마음에 비위를 맞추어 임금이 기뻐해 가까이하게 만든 뒤에야 악을 자행할 수 있습니다.
역아易牙가 제 아이를 죽여 임금의 구미에 맞추자 환공桓公이 기뻐하였으니, 아마도 이 사람이 제 아이를 사랑하지 않으니 필시 자신에게 충성을 할 수 있으리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개방開方이 어버이를 등져 임금의 비위를 맞추자 환공이 기뻐하였으니, 아마도 이 사람이 제 어버이를 사랑하지 않으니 필시 자신에게 충성을 할 수 있으리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수조豎刁가 스스로 거세하여 임금의 비위를 맞추자 환공이 기뻐하였으니, 아마도 이 사람이 제 몸을 아끼지 않으니 필시 자신에게 충성을 할 수 있으리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감정은 자신이 사랑해야 할 대상을 사랑할 수 있어야 그 후에 이를 확장하여 평소 사랑하지 않던 대상에까지 미치며, 후하게 해야 할 대상에게 박하게 하면 박하게 하지 않을 대상이 없다는 것은 몰랐던 것입니다.
아이가 있었는데도 죽였으며 어버이가 있었는데도 등졌으며 육신이 있는데도 스스로 해쳤습니다. 이는 사랑해야 할 대상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니 어떻게 자신의 임금을 사랑할 수 있겠으며,
후하게 해야 할 대상에게 박하게 대한 것이니 어떻게 자신의 임금에게 후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이 이러한 일을 한 것은 다만 임금의 마음에 비위를 맞추어 그들이 크게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해서였을 뿐이니, 이것이 어찌 인지상정이겠습니까.
原注
옛사람 가운데 새끼 사슴을 놓아준 일을 통하여 그에게 나라를 맡길 만하다는 것을 안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 한 마리 새끼 사슴도 차마 죽이지 못했다면 그가 어진 사람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그에게 나라를 맡겼던 것입니다.
환공桓公이 세 사람의 속마음을 잘 살피지 않아서 마침내 그들을 상相으로 임명하려고 하여, 관중管仲이 이에 대해 진언하였음에도 듣지 않고 마침내 권력을 주었습니다.
결국 대부들을 죽이고 환공이 후계자로 세우려고 하지 않았던 아들을 세운 자들은 역아易牙와 수조豎刁였고, 제 효공齊 孝公의 아들을 죽이고 임금으로 세워서는 안 될 동생을 세운 것은 개방開方이었습니다.
제齊나라의 대란이 이후 30년 동안 지속되었으니, 지난날 그들이 임금의 비위를 맞추었던 일은 바로 임금을 해치는 토대가 되었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