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22-7-나(안按)
[신안臣按] 소인이 군자를 참소할 때 반드시 먼저 임금의 뜻을 탐지하여 말을 만들어냄으로써 현혹시키는 법입니다. 노 평공魯 平公이 맹자孟子를 만나보고자 한 것은 맹자의 행동이 예의에 맞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장창臧倉은 평공의 뜻을 엿보아 알고서 마침내 맹자가 나중에 치른 상이 그전에 치렀던 상보다 과하게 치렀다고 맹자를 헐뜯었으니, 맹자가 어머니는 후하게 치르고 아버지는 박하게 치른 것이 예의에 어긋남이 있다고 말한 것이었습니다.
평공이 과연 그 말에 미혹되어 다시 맹자를 찾아가 만나려고 하지 않았으니, 참으로 장창이 헐뜯은 말을 옳게 여겼기 때문이었습니다.
소인이 임금의 뜻을 바꾸어놓을 수 있는 것이 대체로 이러하니, 맹자가 나중에 치른 상喪이 그전에 치렀던 상보다 과하게 치렀던 것은, 부모에 대해 누구는 박하게 치르고 누구는 후하게 치르는 차별을 둔 것이 아니라 맹자의 빈부貧富가 같지 않았기 때문임을 너무나 몰랐던 것입니다.
무릇 상례喪禮는 집안의 형편에 걸맞게 치르는 것입니다. 맹자가 예전에는 빈한했고 나중에는 부유했기 때문에 상을 후하게 치르고 박하게 치른 것은 자신의 역량을 감안한 것이니, 이것이 바로 이른바 ‘예禮’이며 ‘의義’입니다. 어떻게 과하게 치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악정자樂正子가 분변한 말이 매우 분명한데도 끝내 평공의 현혹됨을 되돌릴 수 없었던 것은 장창의 말이 먼저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소인이 선한 사람을 무함하는 말이 어찌 두렵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