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18-19-나(안按)
[신안臣按] 주이朱异는 군주의 뜻을 잘 살피는 것으로 비위를 맞추고 아첨해서 총애를 취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나라의 대사를 도모할 때 이르러서도 시비是非와 가부可否를 따지지 않고 마찬가지로 오직 군주의 뜻만 엿보았습니다.
후경侯景이 내항來降할 때 그를 받아들이는 것은 올바른 계책이 아니었지만 주이는 무제武帝의 뜻이 중원의 영토를 얻는 데에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였기 때문에 후경을 받아들이도록 권하여 무제의 뜻을 이루어주었던 것입니다.
또한 정월 을묘일의 꿈을 무제가 일찍이 주이에게 말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주이가 이미 아첨하는 말을 하여 무제에게 환심을 샀었는데, 후경의 사자使者가 와서는 과연 내항할 계획을 을묘일에 결단하겠다고 하였으니,
이는 주이가 그렇게 말하도록 시켜서 무제의 뜻에 부합하게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무제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신기하게 여겼으니, 어찌 하늘이 그 거울을 빼앗아 무제를 이처럼 어리석게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原注
후경侯景이 동위東魏를 배반한 것은 고징高澄과 사이가 벌어진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미 후경의 내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고징의 사자使者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오히려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주이朱异는 다시 무제武帝의 뜻이 정양후正陽侯의 귀환을 성사시키는 데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였기 때문에
또 무제에게 권하여 무제의 뜻을 이루어주었으니, 고징의 화친을 받아들인 이 일은 후경의 반란을 재촉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이는 본래 유생儒生이니 어찌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자였겠습니까. 그런데도 그가 이와 같은 행동을 했던 것은 단지 부귀를 바라서일 뿐이었습니다.
권력을 전횡한 30년 동안 널리 뇌물을 받아서 전지와 정원‧주택‧희첩姬妾‧완호물玩好物이 당시에 최고였으니 벌벌 떨며 오직 이를 잃을까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일체를 모두 군주의 뜻만 받들어 나라를 위해 충성스러운 계책을 낼 겨를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무제는 그의 아첨을 달콤하게 여기고 그의 속임을 즐거워하여 후경이 닥쳤을 때 조야朝野가 모두 주이에게 죄를 돌렸는데도 무제는 홀로 이를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가 죽은 뒤에 이를 슬퍼하고 안타까워하여 특별히 상례常禮를 뛰어넘는 은전을 베풀었으니, 어지러운 세상의 군주가 저마다 자기 신하를 어질게 여긴다는 것은 아마도 이를 말할 것입니다.
原注
무릇 군주가 자기 신하가 간사한지 올바른지를 보고자 한다면 대략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계책 내는 것을 나라를 따르고 군주를 따르지 않는 이런 사람이 올바른 사람이니, 이와 반대로 한다면 간사한 자입니다. 처신을 의를 따르고 이익을 따르지 않는 이런 사람이 올바른 사람이니, 이와 반대로 한다면 간사한 자입니다.
주이朱异가 대신의 신분으로 무제의 비위를 맞추어서 아첨하고 재물을 탐하여 뇌물을 받아서 두 가지 죄를 모두 가지고 있는데도 무제가 끝내 이를 살피지 못했으니, 화란을 초래했던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