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17-12-나(안按)
[신안臣按] 반고의 평이 왕망의 진실을 다 설명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논해보건대, 왕망의 간사함과 기만이 진실로 하늘을 속이고 사람들을 속이기에는 충분했으나
만약 성제成帝가 외척에게 정권을 맡기지 않고 원후元后가 친정親庭에 사사로이 권력을 주지 않았더라면, 왕망이 비록 재주를 가지고 술수를 부렸다 할지라도 능력을 펼쳐 동분서주하기에 급급했을 것이니, 어찌 악을 저지를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므로 왕망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성제와 원후의 죄입니다. 비록 그렇지만 어찌 왕망만 이러했겠습니까. 전대에는 전항田恒이, 후대에는 조조曹操와 사마의司馬懿가 간사하기는 했지만,
만약 임금이 작은 조짐이 보일 때 경계하지 않으면 어찌해볼 수 없는 형국에 이를 것이라는 경계를 삼가서 신하들을 제어하는 권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더라면, 그들은 모두 당시의 능신能臣이었을 것입니다. 아, 천하를 소유한 임금이 그 조짐을 막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注
[신안臣按] 고금의 찬탈했던 신하들은 많았으나 유독 이 네 사람을 수록한 것은, 그들의 간사한 꾀와 속임수가 가장 교묘하고도 치밀했기 때문입니다.
조조曹操가 한漢나라를 찬탈했던 것으로 말하면 도적들을 토벌한 것을 이용하여 병권을 전단하였으며, 사마의司馬懿가 위魏나라를 찬탈했던 것으로 말하면 유조遺詔를 받은 것을 이용하여 나라의 정권을 훔쳤던 것입니다. 그 후에 유유劉裕가 진晉나라를 찬탈했던 것은 조조와 흡사했고 양견楊堅이 후주後周를 찬탈했던 것은 사마의와 흡사하였는데,
이 몇몇 사람들은 모두 범이나 시랑豺狼과 같은 포악함을 가지고 신기神器(제위帝位)를 겁박하여 빼앗았으니 그 정상은 알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네 사람은 그 교활함이 토끼와 같고 아첨하는 것이 여우와 같으며,
남몰래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이 물여우와 같고 고황膏肓에 드는 것이 두 수자竪子와 같아서 임금으로 하여금 암암리에 나라를 넘겨주면서도 모르게 할 수 있었으니 그 정상은 잘 살피기 어렵습니다.
신이 이 때문에 알기 쉬운 경우를 생략하고 살피기 어려운 경우를 드러내어 천하를 소유한 임금으로 하여금 이 책을 보면, 마치 구정九鼎을 보면 이매망량魑魅罔兩의 모습을 아는 것처럼 환히 알게 하고자 하였습니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대비하고 조짐이 생기기 전에 막는다면 아마도 나라를 훔치는 간사함이 제멋대로 발휘되지 못할 것입니다. 아,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