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22-11-나(안按)
[신안臣按] 호인胡寅이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마음속으로 비방하는 것에 대한 규례가 또한 괴이하지 않은가. 요堯임금‧순舜임금과 같은 대성大聖으로도 오히려 사람 알아보는 것을 어렵게 여겼으니,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은 반드시 말을 제대로 들을 줄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때문에 진언進言하게 하여 그 말을 살펴보며 명확하게 상고하여 그 공적을 심사해야 거의 사람을 완전하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크게 간사하여 충성스러운 것 같고 크게 아첨하여 믿음직스러운 것과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알 수가 없는데, 지금 도리어 그 마음속에 숨어 있는 의중을 탐지하여 죄를 주었다.
무릇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 천명天命을 아는 것보다도 매우 어려운데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겠는가. 지금 효자를 가리켜 ‘네가 어버이에게 패륜을 저지르려고 하였다.’라고 하며, 충신忠臣을 가리켜 ‘네가 임금을 배반하려고 하였다.’라고 하며,
청렴한 선비를 가리켜 ‘네가 도둑질을 하려고 하였다.’라고 하며, 의로운 선비를 가리켜 ‘네가 도적질을 하려고 하였다. 네가 비록 말을 아직 하지 않고 행동으로 아직 하지 않았으나 나는 네 마음을 알고 있다.’라고 하면, 미워하는 사람들을 누구인들 죽이지 못하겠는가.”
原注
저 관숙管叔과 채숙蔡叔이 반란을 일으키려고 할 때 주공周公도 알지 못했는데, 장탕이 도리어 골육지친骨肉之親이 아닌데도 남이 순종하는지 거역하는지의 마음을 알 수 있었으니 아, 또한 괴이한 일입니다.
공자孔子는 “남이 자신을 속일 것이라고 지레 넘겨짚지 않으며 남이 자신을 믿어주지 않으리라고 억측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였고, 재여宰予에 대해서는 “내가 그의 말을 들어보고 그의 행동을 살펴본다.”라고 하였습니다.
비록 마음은 맑은 거울과 같아 사물이 실정을 피할 수 있는 경우가 없지만 그래도 끝내 미리 탐지하여 억측하는 법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후대의 신하들은 불행하게도 속으로 비방한다는 참소를 당했던 경우가 있었으니, 명철한 군주는 부디 잘 살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