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14-5-나(안按)
[신안臣按] 맹자 이후에 오패를 깊이 배척할 수 있었던 사람은 오로지 동중서가 그러한 사람이었습니다. 어진 사람은 의義를 바르게 하는 것만 알 뿐 이익의 유무는 논하지 않으며,
도道를 밝히는 것만 알 뿐 공功의 성패 여부는 따지지 않는 법입니다. 의義는 천하 사람들이 마땅하게 여기는 이치를 말하며 도道는 천하 사람들이 두루 다니는 길을 말하니, 실제로는 하나입니다.
패자霸者는 오로지 이익만 꾀하여 의리에 대해서는 돌아볼 겨를이 없고 오로지 공功만 따져 도道에 대해서는 돌볼 겨를이 없으니, 이것이 공자孔子의 문하에서 배척을 받았던 까닭입니다.
우리 송宋나라에 이르러 정호程顥가 또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천리의 정당함을 얻고 인륜의 극치를 다하는 것은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의 도道이며, 자신의 사심을 따라 인의仁義의 일부분에 기대는 것은 패자霸者의 일이다.
왕도는 숫돌처럼 평탄하여 인정人情에 근본을 두며 예의禮義에서 비롯되어 마치 대로를 밟고 다니는 것과 같아 더 이상 우회迂回하거나 굽히는 일이 없으며,
패자는 구불구불한 샛길에서 이리저리 곤경을 겪는 것과 같아서 끝내 요임금과 순임금의 도에 들어가지 못한다.” 정호의 말이 맹자‧동중서의 말과 사실상 서로 표리가 되기 때문에 여기에 수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