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14-3-나(안按)
[신안臣按] 선유先儒가 이르기를, “예로부터 왕도와 패도를 논한 것은 많았으나 이 장章만큼 절실하고 분명한 것은 없었다.”라고 하였습니다. 왕도와 패도의 판별은 덕과 힘에서 판가름 날 뿐입니다.
힘은 나라가 부유하고 군사력이 강한 것을 말하니, 애초에 인仁을 행하는 데 마음은 없고 그 이름만 가탁하여 사업을 이루는 것입니다. 덕은 몸소 행하고 마음으로 터득하는 것을 말하니, 그 인이 본래 마음속에 갖추어져서 이를 미루어 사물에까지 미치는 것입니다.
패도를 행하는 것은 힘으로 하기 때문에 반드시 대국이라야 해낼 수 있고, 왕도를 행하는 것은 덕으로 하고 힘으로 하지 않으니 어찌 대국을 필요로 하겠습니까.
힘으로 사람들을 복종시키는 자는 사람들을 복종시키는 데에 뜻이 있어 사람들이 감히 복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며, 덕으로 사람들을 복종시키는 자는 사람들을 복종시키는 데에 뜻이 없으나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 이것이 천리와 인욕의 분기점이며 왕도와 패도가 다른 이유입니다.
공자는 필부匹夫로서 지위를 얻지 못했으나 70제자가 종신토록 따랐으니 이는 무엇이 그렇게 한 것이겠습니까? 이른바 마음속으로 기뻐하여 참으로 복종하는 것이니, 왕도를 행하는 자가 사람들을 복종시키는 것이 또한 이와 같습니다.
原注
진 문공晉 文公의 속임수를 제 환공齊 桓公의 바름과 비교해보면 더욱 미치지 못합니다. 본래 의리가 없었으나 한 가지 일을 가탁하여 의리를 보여주었고,
본래 믿음이 없었으나 한 가지 일을 가탁하여 믿음을 보여주었으며, 본래
예禮가 없었으나 한 가지 일을 가탁하여 예를 보여주었으니,
注+진후晉侯(진 문공晉 文公)가 처음에 귀국하고 나서 자신의 백성들을 교화하였다. 그리고 2년 만에 백성들을 전쟁에 쓰려고 하자 자범子犯이 말하였다. “백성들이 의리를 알지 못하여 아직 그들의 터전을 편안하게 여기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진후가 출병하여 주 양왕周 襄王을 안정시키고 귀국하여 백성들을 이롭게 하는 데 힘쓰니 백성들이 삶을 편안하게 여겼다. 진후가 백성들을 전쟁에 쓰려고 하자 자범이 말하였다. “백성들이 아직 믿음을 알지 못하여 시행할 방법을 명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이에 진후는 원原을 정벌하여 백성들에게 믿음을 보였다. 그러자 백성들 가운데 물자를 교역하는 자들이 많이 벌기를 추구하지 않고 약속한 말을 분명하게 증거로 삼았다. 문공文公이 말하기를 “백성들을 전쟁에 써도 되겠는가?” 하니, 자범이 말하였다. “백성들이 아직 예禮를 알지 못하여 공경심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에 문공이 군사 훈련을 대대적으로 실시하여 예를 보였다. 보여주었다고 한 것은 겉으로 드러내어 드날림으로써 뭇사람들에게 과시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왕을 한 번 조현하는 사이에 갑자기
수장隧葬을 청하였으니,
注+노 희공 14년(기원전 646)에 왕자 대王子 帶가 난을 일으켜 천왕天王(주 양왕周 襄王)이 국외로 몽진하였다. 희공 25년(기원전 635)에 호언狐偃이 진후晉侯(진 문공)에게 말하기를, “제후의 패자가 되기를 추구하려면 근왕勤王만 한 것이 없습니다.” 마침내 태숙太叔(왕자 대王子 帶)을 죽였다. 진후가 양왕襄王의 지위를 안정시키고 나서, 수장隧葬을 하게 해달라고 청하자 양왕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는 명목은
근왕勤王이었지만 실제로는 천하를 엿본 것입니다.
양번陽樊이 복종하지 않자 양번을 포위하고
注+왕(주 양왕周 襄王)이 진후晉侯(진 문공晉 文公)에게 양번陽樊‧온溫‧원原‧찬모攢茅의 땅을 주었는데 양번이 복종하지 않자 진晉나라 군대가 양번을 포위하였다. 창갈蒼葛이 소리쳐 말하기를, “이곳 사람 가운데 왕의 인척이 아닌 자가 누구이기에 우리를 포로로 잡는가?”라고 하였다. 원原이 복종하지 않자 또 원을 포위하였으니, 명목은 비록 왕에게 땅을 받은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힘으로 취한 것입니다.
오패五霸 가운데 제 환공과 진 문공보다 강성한 이가 없었으나, 그들은 모두 힘으로 인仁을 가탁하고 덕에 근본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힘을 굴복시킬 수는 있었으나 그들의 마음을 복종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옛날 성탕成湯(탕왕湯王)이 일어났을 때에 동쪽으로 정벌하면 서쪽이 원망하였으며, 문왕文王이 일어났을 때에 대국은 그 힘을 두려워하고 소국은 그 덕을 그리워하였던 것에 비하면 어떠합니까. 신이 이 때문에 그 일을 대략 서술하여 맹자의 설을 입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