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18-1-나(안按)
[신안臣按] 간신이 그 나라를 훔쳐 갖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방탕함과 황음荒淫으로 그 군주의 마음을 유혹한 뒤에 자신의 뜻을 행할 수 있는 법입니다.
조고趙高는 이세二世의 마음을 유혹하고자 한 지가 오래되었기에 “눈과 귀가 좋아하는 것을 모두 누리고 마음이 즐거워하는 것을 다할 수 있겠느냐?”라는 이세의 질문을 듣자마자 곧 깊이 찬탄하며 “이것은 현명한 군주나 행할 수 있는 것이며 어리석은 군주는 금하는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저 삼가고 두려워하여 방종하지도 않고 안일함에 빠지지도 않는 것은 요임금과 순임금의 행실이고, 황음하여 여색에 빠지며 술에 빠지는 것은 걸왕桀王과 주왕紂王의 행실입니다. 조고의 말은 도에 어긋나서 어리석음과 현명함을 전도시켰으니 본래 살피기 어렵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原注
이것은 조고趙高의 마음에 이세二世로 하여금 선제先帝의 옛 신하들을 모두 제거하고 정사를 오로지 자신에게만 맡기도록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세의 질문에 극구 권유한 것입니다.
형벌을 혹독하게 하고 법을 엄하게 하여 대신과 종실을 없애는 것은 조고가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이었고, 베개를 편히 하고서 뜻하는 대로 맘껏 즐긴다는 이 말은 이세가 듣기 좋아할 말이었으니, 자신의 군주가 좋아하는 것에 맞추어서 자신에게 이로운 것을 편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조고의 말이 진언되자마자 마치 돌을 물에 던진 것과 같이 모두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끝내는 형륙刑戮이 많아지고 원망과 배반이 일어나서 이세의 몸이 위태롭기가 마치 장막 위에 지은 제비 둥지와 같게 되었으니, 베개를 편히 하는 즐거움이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
原注
이세가 이미 이것으로 패망하자 세상 사람들은 마침내 조고의 말을 반드시 사람을 죽이는 구문鉤吻과 오훼烏喙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첨하는 신하나 간사한 신하가 이것으로 그 군주를 유혹하고 어리석고 무도한 군주가 이것으로 그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경우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는 그것이 반드시 사람을 죽이는 구문과 오훼임을 분명히 알면서도 기꺼이 마음속으로 이를 좋아하고 싫증내지 않은 것이니, 아, 안타까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