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17-5-나(안按)
[신안臣按] 이는 왕망이 권세를 얻어 권력을 휘두른 시초입니다. 그러므로 그 정상이 차츰 예전과 달라진 것입니다.
왕망이 공광孔光을 추켜세운 것은 그가 큰 명망이 있으면서도 제어하기 쉬웠기 때문이니, 명망이 크면 천하를 속일 수 있고 제어하기 쉬우면 자신의 권력에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의 뜻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왕망 이전에는 곽광霍光과 채의蔡義의 경우가, 왕망 이후에는 왕비王伾‧왕숙문王叔文과 두우杜佑의 경우가 그 방법이 대략 같았습니다.
“낯빛이 엄숙하고 말이 방정方正하였다.”라는 대목 이하는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이 왕망의 마음과 태도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공자가, 낯빛은 엄숙하여도 내심이 유약한 것을 두고 좀도둑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외면은 굳센 기색을 하고 있어도 마음속은 실로 음유陰柔한 것이니 기세도명欺世盜名하는 방법입니다. 왕망이 나라를 훔칠 때에는 이러한 술책을 사용하였습니다.
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의도를 은밀하게 내비치고 요청이 받아들여지기에 이르러서는 눈물을 흘리며 고사固辭하였으니, 간사함과 거짓이 이 정도라면 비록 명철한 임금이라 하더라도 대번에 살펴 알 수 없는 것인데,
하물며 속기 쉬운 태황태후와 미혹되기 쉬운 뭇사람들에 있어서이겠습니까. 왕망이 한漢나라의 정권을 남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훔친 것이 당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