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요堯임금, 순舜임금, 우왕禹王, 탕왕湯王, 문왕文王, 무왕武王은 천하의 큰 성인聖人이고, 유묘有苗의 군주, 유호有扈의 군주, 상商나라의 제신帝辛(주왕紂王)은 천하의 큰 악인惡人입니다. 그런데 큰 성인과 큰 악인을 구분 짓는 그 원인은 공경恭敬과 불경不敬일 뿐입니다.
군자가 군자가 되는 것이 어찌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자로子路가 이를 알지 못하고 거듭 물었기 때문에 공자가 재차 ‘남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백성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라는 말로 대답했던 것입니다. 자신을 수양하는 것은 백성을 편안하게 하기를 구한 것은 아니나 백성이 저절로 편안해지니, 이것은 필연적인 이치여서 의심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을 수양하여 지극한 경지에 이르게 된 징험이기 때문에 요임금이나 순임금이라 할지라도 오히려 그 어려움을 부족하게 여겼으니, 어찌 자로와 같은 사람으로 이를 쉽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훗날 자사子思가 《중용中庸》을 지을 때에도 “군자가 공손함을 돈독히 함에 천하가 화평해진다.”라고 하자, 정이程頤가 이를 미루어 밝히기를 “상하가 공경에 한결같으면 천지가 저절로 자리를 편안히 하고 만물이 저절로 길러져서 기운이 조화롭지 않음이 없게 된다. 그리하여 네 영물靈物이 모두 이르러 오고 총명聰明과 예지叡智가 모두 이 공경에서 나온다.”라고 하였습니다.
바라건대 성명聖明한 군주가 이를 깊이 체득하여 힘써 행한다면 천하가 매우 다행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