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떠났다[거去]’고 하는 것은 진정으로 떠난 것이 아니니 어찌 ‘도달함[지至]’이 있겠는가. ‘도달했다[지至]’는 것이 진정으로 도달한 것이 아니니 어찌 ‘떠남[거去]’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이전에 도달한 것이 이후에 도달한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도달하다[지至]’라는 명칭이 생기고, 이전에 떠난 것이 이후에 떠난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떠나다[거去]’라는 명칭이 수립되는 것이다. 지금 천하에 진정으로 떠난 것이 없으니 떠났다고 하는 것은 거짓이 아니겠는가. 이미 그것이 거짓이라면 이르렀다고 하는 것이 어찌 진실이겠는가.
손님이 그제야 깨달아 탄복하였다.
注
【두주頭註】
◦ 유신옹劉辰翁:당시에 여러 도인道人들은 이런 내용을 알지 못하였다. 이는 우리들(중국)의 선禪이니, 달마達磨가 오기 전에 있었던 내용이다.
역주1손가락으로……못한다 :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어느 한 지점에서 끝나지 않고 무한하기 때문에 결코 그곳에 도달할 수 없다는 뜻인데, 일반적으로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指]’은 지시 대상의 명칭을 이르니, 그 명칭이 그 대상의 본질을 완벽히 표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莊子≫ 〈天下〉에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도달하지 못하고, 지시하는 것이 무한히 이어지므로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指不至 至不絶]” 했는데, 馬叙倫은 ≪列子≫ 〈仲尼〉의 ‘有指不至, 有物不盡’이라는 표현에 근거하여 ‘至不絶’을 ‘物不盡’의 誤寫라고 하였다.
역주2麈尾 :
고라니의 꼬리털로 만든 먼지떨이로, 淸談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지녔고, 후세에 佛徒들도 많이 지녀서 說法할 때에 흔히 사용했는데, 玉麈라고도 한다.
역주3배를……사라지고 :
사물의 끊임없는 변화를 뜻하거나 사람의 죽음을 이른다. ≪莊子≫ 〈大宗師〉에 “골짜기 속에 배를 숨겨두고는 든든하게 감추었다고 여기지만 한밤중에 힘센 자가 등에 지고 달아나면 어리석은 사람은 알아채지 못한다.[夫藏舟於壑 謂之固矣 然而夜半有力者 負之而走 昧者不知也]” 하였다.
역주4어깨를……떠나니 :
한곳에 머물지 못하거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莊子≫ 〈田子方〉에 “나는 종신토록 顔回 너와 함께하는데 너는 팔뚝 한 번 스치고 지나간 것처럼 뒤에 처져 나를 잃어버리니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吾終身與汝 交一臂而失之 可不哀歟]” 하였다.
역주5날아가는……없고 :
≪莊子≫ 〈天下〉에 “나는 새의 그림자는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飛鳥之影 未嘗動也]” 했는데, 이는 실제로 나는 것은 새이고,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는 의존적인 존재이므로 움직인다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하나의 물건은 하나의 그림자가 있는데, 이 물건이 움직이면 뒤의 그림자는 이전의 그림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역주6내달리는……없다 :
≪莊子≫ 〈天下〉에 “수레바퀴는 땅에 닿지 않는다.[輪不蹍地]” 했는데, 成玄英의 疏에 “수레가 움직이는 것은 바퀴가 굴러 정지하지 않기 때문이고, 이전의 자취는 이미 지나갔고 다가올 길은 아직 이르지 않았으니 지나온 지점과 다가올 지점을 제외하면 중간 상태, 즉 땅에 닿지 않는 상태가 존재한다. 이는 사물의 無常함을 말한다.” 하였다.
역주7(旨)[指] :
저본에는 ‘旨’로 되어 있으나, ≪莊子≫ 〈天下〉의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도달할 수 없으니,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까지의 길이는 끊어지지 않는다.[指不至 至不絶]”에 의거하여 ‘指’로 바로잡았다.
역주8禪機와 轉語 :
‘선기’는 禪門의 機鋒으로, 설법할 때 언행이나 사물로 교의를 암시하여 주는 비결이고, ‘전어’는 불교에서 참선할 때 참선자가 미혹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하는 말로, 사람들로 하여금 대오각성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말씀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