荊臺之游
는 左洞庭之波
요 右彭蠡之水
며 南望
하고 下臨
니이다
王曰 荊臺는 乃吾地也라 有地而游之어늘 子何爲絶我游乎아
令尹子西曰 臣聞之호니 爲人臣而忠其君者는 爵祿不足以賞也요 爲人臣而諛其君者는 刑罰不足以誅也라호이다
未嘗有持鐘鼓管絃之樂
하고 而游於父
之墓上者也
니이다
孔子從魯聞之하시고 曰 美哉라 令尹子西여 諫之於十里之前하야 而權之於百世之後者也로다
초 소왕楚 昭王이 형대荊臺에 가서 놀려고 했는데, 사마자기司馬子綦가 소왕을 향해 간諫하였다.
“형대의 유람지는 왼쪽에 동정호洞庭湖가 있고, 오른쪽에 팽려호彭蠡湖가 있으며, 남쪽으로 엽산獵山을 바라보고, 아래로 방회方淮를 굽어보고 있습니다.
그곳의 즐거움은 사람이 늙고 죽는 것조차 잊게 하여, 이곳에서 놀이를 즐기던 임금은 모두 나라를 망치고 말았습니다.
대왕大王께서는 그곳에 가서 유람하지 마십시오.”
그러자 왕은 말했다. “형대는 내 땅이오. 소유한 땅이 있어 가서 유람하려는데, 그대는 무엇 때문에 나의 유람을 막는 게요?”
이때에 영윤令尹 자서子西가 네 마리 말이 끄는 안거安車를 갖추어 곧장 궁전 아래로 와서 말했다.
“오늘 형대의 유람을 가서 구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왕은 수레에 올라 자서의 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형대의 유람을 그대와 함께 즐기겠소.”
말을 천천히 몰아 십 리쯤 가서 영윤 자서는 고삐를 당겨 말을 멈추고 말했다.
“신臣은 감히 수레에서 내려 예禮를 올리지는 못하지만 말씀드릴 기회를 얻기 바라는데, 대왕께서는 들어주시겠습니까?”
이에 영윤 자서는 말했다. “신臣은 들으니 신하가 되어 그 임금께 충성忠誠하는 사람은 관작官爵과 녹봉祿俸으로는 상을 주기에 부족하고, 신하가 되어 그 임금께 아첨阿諂하는 사람은 형벌刑罰로는 처벌處罰하기에 부족하다고 합니다.
사마자기 같은 사람은 충성하는 신하이고, 신臣 같은 사람은 아첨하는 신하입니다.
대왕께서는 신臣의 몸을 죽이시고 신臣의 집안에 벌을 내려주십시오.
그리고 사마자기에게는 관작과 녹봉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소왕은 말했다. “만일 내가 여기서 유람을 그친다면 〈이는 사마司馬의 간하는 말을 따른 것이오.〉 공자公子는 내가 이곳을 유람하는 것만을 그치게 한 것뿐이니, 나의 후세들이 끝없이 형대를 유람한다면 어쩌지요?”
이에 영윤 자서는 대답했다. “후세들이 유람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쉽습니다.
대왕께서는 별세하신 뒤 형대에 왕릉王陵을 조성하시기 바랍니다.
종鐘‧고鼓‧관管‧현絃 등의 온갖 악기를 소지하고 와서 부조父祖의 무덤 곁에서 노는 자는 없었습니다.”
이에 소왕은 수레를 돌려 마침내 형대의 유람을 그만두고 미리 설치했던 준비물을 철거하게 하였다.
공자孔子께서 노魯나라에서 이 소문을 듣고 말씀하였다. “훌륭하구나. 영윤 자서여! 십 리 앞에서 간諫하는 말로 멈추게 하여 백 대 이후까지 고려하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