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왕의 종자 왕손가王孫賈가 왕이 있는 곳을 잃고서 집으로 돌아오자, 그 모친이 “네가 아침에 나가서 늦게 돌아오면 내가 집의 문에 기대어 바라보고, 네가 저물녘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마을의 문에 기대어 바라본다.注+③ 문門은 한 집의 문이다. 여閭는 스물다섯 집이니, 한 마을의 대문이다.
汝今事王이라가 王이 走어늘 汝不知其處하니 汝尙何歸焉고
네가 지금 왕을 섬기다가 왕이 달아나셨는데, 너는 계신 곳을 알지 못하니, 네가 그러고도 어떻게 돌아온단 말이냐?”라고 하였다.
왕손가가 이에 저자에 들어가 소리 높여 말하기를注+④ 호呼(탄식하며 소리치다)는 거성去聲이다. “요치가 제齊나라를 어지럽히고 민왕을 시해하였으니, 나와 함께 그를 주벌하려는 자는 오른쪽 어깨를 걷으라.”注+⑤ 단袒은 옷소매를 걷는 것이니, 단우袒右는 오른쪽 어깨를 걷는 것이다. 하니, 저자 사람들 중에 따르는 자가 400인이었다.
與攻淖齒하야 殺之하니
왕손가가 그들과 함께 요치를 공격하여 죽였다.
於是에 齊亡臣이 相與求湣王子하야 欲立之한대 法章이 疑懼久之라가 乃敢自言이어늘
이에 제齊나라의 도망갔던 신하들이 서로 함께 민왕의 아들을 찾아 옹립하고자 하였는데, 법장이 의심하고 두려워하다가 한참 만에야 비로소 감히 자기의 신분을 말하였다.
遂立以爲齊王하야 保莒城하야 以拒燕하고 布告國中曰 王이 已立在莒矣라하니라
마침내 그를 세워 제齊나라 왕을 삼아 거성莒城을 지키면서 연燕나라에 항거하고, 나라 안에 포고하기를 “왕께서 이미 즉위하여 거莒에 계시다.”라고 하였다.
[目]조趙나라가 초楚나라 화씨벽和氏璧을 얻었는데注+① 초楚나라 변화卞和가 옥의 원석原石을 얻어서 초楚나라 여왕厲王에게 바쳤다. 왕이 옥공玉工을 시켜 감정하게 하니 돌이라고 하였다. 왕이 변화가 속였다고 생각하고는 그의 왼쪽 발을 베었다. 무왕武王이 즉위하자 다시 그것을 바치니, 옥공이 다시 돌이라고 하였다. 왕이 다시 변화가 속였다고 생각하고는 그의 오른쪽 발을 베었다. 문왕文王이 즉위하자 변화가 원석을 안고서 형산荊山의 아래에서 우니, 왕이 듣고서 옥공으로 하여금 그 원석을 다듬게 하여 보옥寶玉을 얻었다. 인하여 ‘화씨벽和氏璧’이라고 명명하였다. 테두리가 구멍의 배가 되는 것을 벽璧이라고 한다. 바깥이 둥근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고, 안이 네모난 것은 땅을 본뜬 것이다. 육肉은 이칙而勅의 절切이니, 테두리이다. 호好는 구멍이다., 진秦나라 왕이 15개의 성으로 바꾸고자 하였다.
또한 설희泄姬를 사랑하고 여이如耳를 총애하였는데, 그들에 대한 사랑과 총애로 인하여 자신의 총명이 막힐까 두려워하여注+③ 설泄은 성이다. 여如도 성이다. 여이如耳는 위衛나라 대부이다.박의薄疑를 귀하게 하여 여이如耳와 맞서게 하고, 위비魏妃를 높여 설희泄姬와 필적하게 하고는 “이렇게 함으로써 서로 견제하게 한다.”注+④ 박의薄疑는 성명이니, 위衛나라 현인이다. 적敵은 맞섬이다. 우偶는 짝이니, 대적함이다. 삼參은 삼이니, 상참相參은 배열한다는 뜻이다. 하였다.
“嗣君은 취렴하여 이익을 따지는 군주였으나, 민심을 얻는 데는 이르지 못하였고注+① 취민取民은 민심을 얻는 것을 말한다., 子産은 민심을 얻은 사람이었으나, 정사를 잘하는 데는 이르지 못하였고注+② 위정爲政은 잘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管仲은 정사를 잘한 사람이었으나, 禮敎를 닦는 데는 이르지 못하였다.注+③ 수례修禮는 교화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