目
[目]
진秦나라
왕흘王齕이
상당上黨을 공격하여 함락시키자
注+① 흘齕은 음이 흘紇이다. 상당의 백성들이
조趙나라로 달아났다.
조趙나라의
염파廉頗가
장평長平에 주둔하여 그들은 안정시켰다.
注+② 《후한서後漢書》 〈군국지郡國志〉에 “상당上黨 현씨현泫氏縣에 장평정長平亭이 있다.”고 하였다. 안按은 어간於旰의 절切이니, 누른다는 뜻이고, 억제한다는 뜻이다. 거據는 의거한다는 뜻이고, 당긴다는 뜻이고, 항거하여 지킨다는 뜻이다. 염파廉頗가 상당의 험지에 의거하여 상당의 백성을 이끌고 항거하여 지킴을 말한 것이다.
왕흘이 마침내 조趙나라를 공격하자 조趙나라 군대가 여러 번 패하였다.
누창樓昌이 신분이 높은 사신을 파견하여 강화하기를 조趙나라 왕에게 청하였다.
우경虞卿이 아뢰기를 “지금 강화의 여부가
진秦나라에 달려 있으니
注+③ 제制는 들을지 말지가 그에게서 결정됨을 말한다.,
진秦나라는 필시 왕의 군대를 깨뜨리고자 할 것입니다.
비록 가서 강화를 청하더라도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니, 많은 보물을 써서 초楚나라, 위魏나라와 화친하는 것만 못합니다.
그렇게 되면
진秦나라는 천하가 합종을 한 것으로 의심을 하여 강화가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왕이 말을 듣지 아니하고 정주鄭朱를 진秦나라로 보내 강화하도록 하자, 우경이 아뢰기를 “전쟁의 승리를 축하하러 온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진秦나라에 있습니다.
진秦나라가 필시 그를 보란듯이 잘 대우하여 천하에 보일 것이니, 천하의 제후들이 왕께서 진秦나라와 강화한 것을 본다면 필시 왕을 구원하지 않을 것이고, 진秦나라가 천하의 제후들이 왕을 구원하지 않을 것임을 알게 된다면 강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는데, 얼마 뒤에 과연 그렇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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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目]염파廉頗가 성벽을 굳게 지키며 나가지 않고 또 잃은 병사가 많자, 조趙나라 왕이 노하여 자주 그를 책망하였다.
응후應侯가 다시 사람을 시켜 천금을 써서 반간을 놓아 말하게 하기를 “진秦나라는 오직 마복군馬服君의 아들 조괄趙括로 장수를 삼을까 봐 두려워한다.
염파는 상대하기 쉽고 장차 항복할 것이다.” 하였다.
조趙나라 왕이 마침내 염파를 대신하여 조괄로 장수로 삼았다.
인상여藺相如가 아뢰기를 “조괄은 한낱 그 아비가 써서 전한 책만 읽었을 뿐이지 임기응변할 줄은 모릅니다.”라고 하였으나, 왕이 듣지 않았다.
注+① 전傳(전하다)은 직변直變의 절切이다. 〈합변合變은〉 전쟁에서는 원칙적인 전술(正兵)로 맞붙어 싸우다가 변칙적인 전술(奇兵)로 변화를 꾀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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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目]조괄趙括이 어렸을 때부터 병법을 배워 천하에 자신을 대적할 자가 없다고 여겼다.
아버지인
조사趙奢와 대화를 하였는데, 조사가 논란하지 못하였으나 잘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注+① 난難(힐난하다)은 거성去聲이니, 변론하여 꺾는 것이다.
조괄의 모친이 그 까닭을 묻자 조사가 말하기를 “전쟁이란 사지死地인데 괄括이 쉽게 말을 하니, 그로 하여금 조趙나라 장수가 되게 한다면 조趙나라 군대를 패하게 할 자는 필시 괄括이일 것이다.” 하였다.
조괄이 길을 떠나게 되자 모친이 조趙나라 왕에게 글을 올려 조괄을 장수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왕이 그 까닭을 물으니, 모친이 아뢰기를 “괄의 아비가 장수가 되었을 때에 친히 밥을 싸가지고 가서 밥을 먹인 자가 십여 명이었고, 벗으로 사귄 자가 수백 명이었습니다.
상으로 하사를 받으면 모두 군리와 사대부에게 나누어주었고, 왕명을 받든 날에는 집안일을 묻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괄이는 하루아침에 장수가 되어 동쪽을 바라보고
군리軍吏를 조회하니 감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자가 없으며
注+② 향鄕(향하다)은 향嚮으로 읽는다. 높은 자가 동쪽을 향한다., 왕께서 하사하신 황금과 비단을 집안에 가지고 와서 감추어두고서 날마다 구입할 만한 좋은 곳의 밭과 집을 물색하다가 삽니다.
아비와 자식이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왕께서는 보내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였으나, 조趙나라 왕은 “조괄의 모친은 그만하시오.
나는 이미 결정하였소.”
注+③ “모치지母置之”는 조괄趙括 모친의 말을 그치게 하여 그 일을 그만두고 다시 말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모친이 아뢰기를 “설령 괄이가 직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첩은 연좌되지 않기를 청합니다.” 하니, 왕이 허락하였다.
注+④ 칭稱(걸맞다)은 거성去聲이다. 불칭不稱은 임무를 감당하지 못함을 말한 것이다. 수좌隨坐는 서로의 관계에 따라 연좌되어 죄를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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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目]
진秦나라 왕이
조괄趙括이 이미 장수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몰래
무안군武安君을 보내
상장군上將軍을 삼고
왕흘王齕을
비장裨將으로 삼고서, 감히 이 일을 누설하는 자는 베어 죽이겠다고 군중에 영을 내렸다.
注+① 비裨는 음이 비陴이니, 장군의 보좌이다. 설泄은 누설한다는 뜻이다.
조괄이 군중에 이르러 군령을 모조리 바꾸고 군리를 바꾸어 배치하고는 출병하여
진秦나라 군대를 공격하였는데, 무안군이 거짓으로 달아나면서 두 부대의 복병을 배치하여 위협하게 하였다.
注+② 잘 싸우는 사람은 변칙적인 전술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니, 변칙적인 전술과 원칙적인 전술을 번갈아 내놓기를 마치 둥근 고리가 끝이 없는 것처럼 한다. 겁劫은 위협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가려고 하는데, 무력으로 위협하여 멈추게 하는 것을 겁劫이라 한다.
조괄이 승세를 타고 진秦나라 성벽까지 추격하여 이르렀다가 성벽 안에서 굳게 항거하자 들어가지 못하였고, 진秦나라의 복병이 후미를 끊으니, 조趙나라의 군대가 둘로 나뉘고 보급로가 끊겼다.
무안군이 날랜 군사를 보내 공격하였는데
注+③ 사람과 말이 갑옷을 걸치지 않은 것이 경병輕兵이다.,
조趙나라 군대는 전세가 불리하자 그대로 보루를 쌓고 굳게 지키면서 구원병이 오기를 기다렸다.
진秦나라 왕이 그 소식을 듣고 몸소
하내河內로 가서
注+④ 여如는 간다는 뜻이다. 《사기정의史記正義》에 “옛 제왕帝王의 도읍이 하동河東과 하북河北에 많았다. 그러므로 하북河北을 하내河內라고 부르고 하남河南을 하외河外라고 불렀다. 하내는 포주蒲州 동쪽으로 회주懷州와 위주衛州까지를 이른다.”라고 하였다. 15세 이상의 백성을 조발하여 모두
장평長平으로 보내
조趙나라의 구원병과 식량 보급을 막도록 하였다.
조趙나라가 제齊나라에 곡식을 요청하니 제齊나라 왕이 허락하지 않았다.
주자周子가 아뢰기를
注+⑤ 주자周子는 사서史書에 그 이름이 전하지 않는다. “저
조趙나라는
제齊나라와
초楚나라에게 있어서 이에 입술이 있는 것과 같은 존재입니다.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게 되니, 오늘 조趙나라가 멸망하면 내일 환란이 제齊나라와 초楚나라에 닥치게 될 것입니다.
조趙나라를 구원하는 일은 마땅히 물이 새는 옹기라도 가져다 달아오른 솥에다 물을 부어 식히는 것처럼 급히 해야 합니다.
注+⑥ 봉奉(들다)은 봉捧으로 읽는다. 옥沃은 물을 붓는다는 뜻이니, 〈물이 새는 옹기라도 가져다 달아오른 솥에다 물을 부어 식히는 것처럼 한다는 것은〉 제때에 못할까 두려워함을 말한 것이다.
더구나 조趙나라를 구원하는 일은 의리를 드높이는 일이고, 진秦나라를 물리치는 일은 명성을 드날리는 일입니다.
이 일에 힘쓰지 아니하고 곡식을 아끼니, 나라의 계책을 세우는 자가 잘못하고 있습니다.” 하였으나,
제齊나라 왕이 듣지 않았다.
注+⑦ 위爲(위하다)는 거성去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