目
上이 頗修飾宮室車服하고 外戚許, 史, 王氏貴寵이라
陛下惟思世務하사 將興太平하시니 詔書每下에 民欣然若更生하니이다
臣伏思之
하니 可謂至恩
이나 未可謂本務也
注+言天子如此, 雖於百姓, 爲至恩, 然未盡政務之本也.라
欲治之主 不世出
注+言有時遇之, 不常値.이어늘 公卿
이 幸得遭遇其時
하여 言聽諫從
이라
然이나 未有建萬世之長策하여 擧明主於三代之隆也요 其務在於期會, 簿書, 斷獄, 聽訟而已니 此는 非太平之基也니이다
目
一馬自負三十日食이면 爲米二斛四斗와 麥八斛이요 又有衣裝, 兵器하여 難以追逐이라
虜必商軍進退
注+商, 計度也. 하고 稍引去
하여 逐水草
하여 入山林
이리니
隨而深入이면 虜卽據前險하고 守後阨하여 以絶糧道하여
先零
이 首爲畔逆
이요 它種
은 劫略
注+言被劫略而反叛, 非其本心.이라
故로 臣愚策은 欲捐䍐幵闇昧之過하고 先行先零之誅하여 以震動之하면
因赦其罪하고 選擇良吏知其俗者하여 拊循和輯하면 此全師保勝安邊之策이니이다
目
[目] 상上이 궁실과 수레와 의복을 치장하여 아름답게 꾸미고, 외척外戚인 허씨許氏, 사씨史氏, 왕씨王氏들의 신분이 귀해지고 총애를 받았다.
이에 간대부諫大夫 왕길王吉이 다음과 같이 상소하였다.
“폐하陛下께서 오직 세상을 잘 다스리는 일을 생각하시어 장차 태평성세를 이룩하려 하시니, 조령詔令이 매번 내려질 때마다 백성들이 다시 살아나듯이 기뻐하고 있습니다.
신臣이 엎드려 생각하니, 이는 지극한 은혜라고 말할 수 있으나
정사政事의
본무本務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注+천자天子가 이와 같이 하면 비록 백성들에게 지극한 은혜가 되나, 정사政事의 본무本務에는 미진함이 있음을 말한 것이다.
세상을 잘 다스리고자 하는 군주는 세상에 자주 나오지 않는데,
注+때로 우연히 만나볼 뿐, 항상 만나지는 못함을 말한 것이다. 이제
공경公卿들이 다행히 이러한 시대를 만나서 폐하께서 신하들의 말을 들어주고
간언諫言을 따라주고 계십니다.
그러나 만세萬世의 장구한 계책을 세워서 현명한 군주를 삼대三代의 융성함으로 들어 올리는 자는 있지 않고, 그 힘씀이 날짜를 맞추고 문서를 정리하며 옥사獄事를 결단하고 송사訟事를 다스림에 있을 뿐이니, 이는 태평성대의 기업基業이 아닙니다.
目
[目] 신臣이 들으니, 덕德을 베풀고 교화를 펼침은 반드시 가까운 데로부터 시작해야 하니, 조정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하면 정치를 말하기 어렵고, 좌우에 있는 신하들이 바르지 못하면 먼 곳을 교화하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백성은 약하나 이길 수가 없고 어리석으나 속일 수가 없으니, 성주聖主가 홀로 깊은 궁중에서 정사를 행하실 적에 잘하면 천하 사람들이 칭송하고, 잘못하면 천하 사람들이 모두 비난하는 말을 합니다.
그러므로 군주는 마땅히 좌우에서 보좌하는 신하를 삼가 선발하고, 가까이 부리는 사람을 잘 가려 뽑아야 합니다.
좌우는 군주의 몸을 바로잡는 자이고 부리는 사람은 군주의 덕을 펼치는 자이니, 이것이 바로 근본입니다.
위를 편안히 하고 백성을 다스림은 예禮보다 더 좋은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왕자王者가 아직 예를 제정하지 못했을 때에는
선왕先王의
예禮 중에 지금에 합당한 것을 원용하였으니, 원컨대 폐하께서는 옛
예禮를 계승하고
왕자王者의 제도를 밝혀서 한 세상의 백성들을 몰아
인수仁壽의 경지에 오르게 하신다면,
注+인仁은 비루하고 속이지 않는 것이고, 수壽는 요절하지 않는 것이다. 풍속이 어찌
성왕成王과
강왕康王만 못하며 장수함이 어찌
고종高宗만 못하겠습니까.
注+
目
[目] 조충국趙充國은 이때 나이가 70이 넘었다.
상上은 그를 늙었다고 여겨서 병길丙吉을 보내어 장수를 시킬 만한 자가 누구인지를 묻게 하니, 대답하기를 “노신老臣보다 나은 자가 없습니다.” 하였다.
상上이 조충국에게 묻기를 “병력을 몇 명이나 동원해야 하겠는가?”
注+탁度(헤아리다)은 대각大各의 절切이니, 아래도 같다. 하니, 조충국이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백 번 듣는 것이 직접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니, 군대의 일은 멀리서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注+유隃(멀다)는 요遙와 같다.
신臣이 원컨대
금성金城에 달려가서 지도를 그리고
방략方略(방책)을 올리겠습니다.
注+방법을 세우는 것을 방方이라 하고 계략을 펼치는 것을 약略이라 하니, 방략方略은 바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지형地形을 그리고 아울러 적을 공격하고 토벌할 방략方略을 세워 함께 상주上奏한 것이다.
강족羌族의 작은 오랑캐 무리들이 천도天道를 거역하고 배반하니, 멸망할 날이 오래지 않습니다.
원컨대
폐하陛下께서는 늙은
신臣에게 맡기시고 근심하지 마소서.”
注+촉屬은 지욕之欲의 절切이니, 맡기는 것이다.
상上이 웃으며 “좋다.” 하고는, 병력을 크게 징발하여 조충국에게 군대를 거느리고 가서 서강西羌을 공격하게 하였다.
目
[目] 수백 명의 오랑캐 기병이 와서 한군漢軍 진영의 곁을 드나들었으나, 조충국趙充國은 말하기를 “우리의 병사와 말이 피곤하니 달려가서 적을 쫓을 수 없고, 이들은 모두 날랜 기병이며 또 저들이 우리를 유인하기 위한 군대일까 염려된다.
오랑캐를 공격함은 완전히 섬멸함을 목표로 삼아야 하니, 작은 이익은 탐할 것이 못 된다.” 하고, 병사들에게 공격하지 말게 하고 기병을 보내어 사망협四望陿 가운데를 정탐하게 하였는데, 오랑캐가 없었다.
조충국은 마침내 병력을 이끌고 전진할 적에
注+산이 가파르면서 물을 양쪽에 끼고 있는 것을 협陿이라 한다. 사망四望은 협陿의 이름이다. 날쌘
교위校尉들을 불러 이르기를 “나는
강족羌族의 오랑캐들이 군대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함을 아노라.
만일 오랑캐들이 수천 명을 출동시켜 사망협 가운데를 지키고 막았다면 우리 군대가 어찌 들어갈 수 있었겠는가.”
注+수守는 방비함이고 두杜는 막는다는 뜻이다. 하였다.
目
[目] 천자天子가 이 글을 신하들에게 내려 의논하게 하니, 조충국趙充國은 다음과 같이 반대하였다.
“말 한 필에다가 병사 한 명이 30일 동안 먹을 양식을 지게 하면, 쌀 2곡斛 4두斗와 보리 8곡斛이고 게다가 옷과 행장行裝, 병기兵器까지 있으니, 너무 무거워서 적을 쫓아가기가 어렵습니다.
오랑캐들은 반드시 아군의 진퇴를 살피며
注+상商은 헤아림이다. 군대를 이끌고 조금씩 떠나가
수초水草를 따라 산림 속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그러다가 우리가 오랑캐들을 따라 깊이 쳐들어가면, 오랑캐들은 즉시 전방의 험한 곳을 의지하고 후방의 막힌 길목을 지켜서 군량 수송로를 차단할 것입니다.
그리되면 우리 군대가 반드시 손상을 입고 위태로운 지경에 빠질 우려가 있으니, 좋은 계책이 아닙니다.
선령先零이 맨 먼저 반역을 하였고, 다른 부족들은 협박〮을 당하여 배반한 것입니다.
注+다른 부족들은 협박을 당해 배반한 것이고 그 본심이 아님을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신臣의 어리석은 계책은, 극䍐과 〮〮〮견幵의 애매한 허물을 용서하고 먼저 선령에게 주벌을 행하여 이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극䍐과 견幵은 마땅히 잘못을 뉘우치고 선善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인하여 그들의 죄를 사면하고, 훌륭한 관리로서 이 지방 풍속을 잘 아는 자를 선발해서 이들을 어루만져 평화롭게 살게 한다면, 이는 군대를 온전히 하고 승리를 확보하며 변방을 편안히 할 수 있는 좋은 계책입니다.”
目
[目] 선령先零이 배반하려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극䍐, 견幵과 원한 관계를 풀고서 항상 극䍐과 견幵이 위급할 때에 먼저 달려가서 그들과의 맹약을 견고히 하고자 합니다.
지금 오랑캐들은 말이 살찌고 양식이 풍족하니, 우리가 이들을 공격하면 적에게 손상을 입히지 못할까 두렵고, 다만 선령으로 하여금 강䍐羌에게 은덕을 베풀게 하여, 그 맹약을 견고히 하고 그 무리를 모으게 할 뿐입니다.
이들이 여러 작은 부족들을 협박해서 오랑캐의 병력이 점점 많아진 뒤에, 이들을 주벌하려 하면 몇 배의 힘이 더 들어갈 것입니다.
注+“시덕施德”은 스스로 은덕恩德을 베푸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臣은 국가의 우환이 십수 년에 이어져 2, 3년에 그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注+누累(우환)는 역서力瑞의 절切이니, 아래 “누중累重”도 같다.
먼저 선령을 주벌하면 극䍐과 견幵의 족속은 군대를 번거롭게 동원하지 않아도 복종할 것이요, 복종하지 않더라도 내년 정월이 되어 공격하면 계책의 이치에 맞고, 또 시기도 좋습니다.
지금 군대를 출동한다면, 진실로 그 이로움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7월에 옥새를 찍은 친서親書로 조충국趙充國의 계책을 따른다고 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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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目] 상上이 신무현辛武賢 등에게 명하여 12월에 조충국趙充國과 군대를 연합하여 선령先零을 공격하게 하였는데, 이때 강족羌族의 항복한 자가 만여 명이었다.
조충국은 그들이 반드시 무너질 것임을 헤아리고는,
注+탁度(헤아리다)은 대각大各의 절切이니, 아래의 “계도計度”, “탁지度支”, “도로度虜”도 모두 같다. 기병을 해산하고
둔전屯田하여 오랑캐들이 피폐하기를 기다리고자 하였다.
그러나 상주문上奏文을 만들어 올리기도 전에 마침 진군하라는 친서를 받았다.
그의 아들 조앙趙卬이 문객門客을 보내어 다음과 같이 간諫하였다.
“가령 군대를 출동했다가 우리 군대가 격파되고 장수를 죽게 해서 국가를 기울게 한다면 장군이 〈진격하지 않고〉 지키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기고 지는 것을 또 어찌 다툴 것이 있겠습니까.
注+즉卽은 바로 지금이다. 이병利病은 승부勝負라는 말과 같다.
하루아침에
성상聖上의 뜻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수의사자繡衣使者를 보내와서 장군을 책망하면 장군의 몸도 스스로 보전하지 못할 것이니, 어떻게 국가를 편안히 하겠습니까.”
注+수의繡衣는 어사御史를 이른다.
目
[目] 조충국趙充國은 탄식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조정에서 본래 나의 말을 따랐더라면
강족羌族 오랑캐가 어찌 이처럼 강성해졌겠는가.
注+〈“강로득지시사羌虜得至是邪”는〉 미리 방비하였더라면 오늘날 강족의 침략이 없었을 것임을 말한 것이다.
지난번에
강족羌族에게 먼저 사신으로 갈 수 있는 자를 천거할 적에 내
신무현辛武賢을 천거했었는데,
승상丞相과
어사御史가 다시 아뢰어
의거안국義渠安國을 보내서 끝내
강족羌族을 무너뜨리는 일을 저해하였다.
注+행行(행실)은 거성去聲이다. 저沮는 파괴(저해)함이다.
그리고
금성金城의
황중湟中에 곡식 값이 1
곡斛에 8
전錢이므로, 내
경중승耿中丞에게 ‘300만
곡斛의 곡식을 매입하면
강족羌族들이 감히 동요하지 못할 것이다.’
注+경중승耿中丞은 경수창耿壽昌으로 사농중승司農中丞이 되었는바, 경耿은 성姓이다. 적糴은 정력亭歷의 절切이니, 곡식을 매입하는 것이다. 미리 양식을 저축했으면 적을 제압할 수 있었을 것임을 말한 것이다.라고 했었는데,
경중승이 100만 곡斛을 매입할 것을 청하여 겨우 40만 곡斛을 얻었을 뿐이요, 의거안국이 두 차례 사신 가느라 또 그 절반을 소비하였다.
이 두 가지 실책으로 강족들이 감히 반역을 하게 된 것이다.
털끝만큼의 실수가 천 리를 어긋나게 하는 것이니, 이는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지금 전란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데, 사방 오랑캐들이 갑자기 동요하여 서로 따라서 일어나면,
注+졸卒(갑자기)은 졸猝로 읽으니, 아래 “졸금卒禁”도 같다. 비록 지혜로운 자가 있더라도 그 뒷수습을 잘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강족만 근심하겠는가.
注+지知(지혜)는 지智로 읽는다. 혹시라도 이와 같게 되면 근심하는 바가 비단 강족羌族에게만 있지 않음을 말한다.
내 진실로 죽음으로써 지킬 것이니, 현명한 군주君主께는 충언忠言을 올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