目
[目] 그리고 항우項羽의 잘못을 하나하나 따지기를, “항우가 약속을 어기고 나를 한漢나라의 왕으로 삼은 것이 첫 번째 죄이고,
천자의 명령이라 속이고 경자관군卿子冠軍(송의宋義)을 죽인 것이 두 번째 죄이고,
조趙나라를 구하고도 보고하지 않고 멋대로 제후를 겁박하여 함곡관函谷關으로 들어가게 한 것이 세 번째 죄이고,
진秦나라 궁실을 태우고 시황제始皇帝의 무덤을 파헤쳐서 그 재물을 제 것으로 한 것이 네 번째 죄이고,
항복한 진秦나라 왕王 자영子嬰을 죽인 것이 다섯 번째 죄이고,
진秦나라 자제 20만 명을 속여서 신안新安에 생매장한 것이 여섯 번째 죄이고,
여러 장수들은 좋은 땅의 왕을 시키고 옛 군주를 몰아낸 것이 일곱 번째 죄이고,
의제義帝를 몰아내고 스스로 팽성彭城에 도읍하여 한왕韓王의 땅과 양梁 지방을 빼앗은 것이 여덟 번째 죄이고,
사람을 시켜 강남江南에서 몰래 의제義帝를 죽인 것이 아홉 번째 죄이고,
정치를 하되 공평히 하지 않고 약속을 주관하고도 지키지 않아 천하에 용납되지 않는 대역무도한 것이 열 번째 죄이다.
나는
의병義兵으로 제후를 따라서
잔적殘賊을 죽이는 것이니, 그대에게 형벌을 받은 죄인을 시켜서 공을 공격하면 되는데 무엇 때문에 힘들게 내가 그대와 싸운다는 말인가.”
注+“형여죄인刑餘罪人”은 경시하고 천대한 것을 말한다.라고 하였다.
目
[目] 한신韓信이 사람을 보내어 한왕漢王에게 말하기를 “제齊나라는 거짓말을 잘하고 변화가 많아 자주 번복하는 나라입니다.
청컨대 제가 임시 왕이 되어 진압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한왕이 크게 노하여 꾸짖기를 “내가 이곳에서 곤궁하게 지내며 아침저녁으로 네가 오길 바라고 있는데, 스스로 왕이 된단 말이냐.”라고 하니,
장량張良과
진평陳平이 한왕의 발을 꾹 밟아 제지하고 귀에 대고 말하기를
注+섭躡은 밟는다는 뜻이다. “
한漢나라가 지금 불리하니 어찌 한신이 스스로 왕이 되는 것을 금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을 계기로 왕으로 세워서 스스로 지키게 하는 것만 못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변고가 일어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한왕이 즉시 깨닫고는 다시 꾸짖기를 “대장부가 제후를 평정하고 곧바로 진짜 왕이 되는 것이니 무엇 때문에 임시로 한단 말인가?”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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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目] 2월에 장량張良을 보내어 인수를 가지고 가서 한신韓信을 제왕齊王으로 세우고는 그 병사를 징발하여 초楚나라를 공격하였다.
항우項羽는 용저龍且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크게 두려워하여, 무섭武涉을 한신에게 보내어 자신과 강화講和하여 천하를 삼분三分하는 형세를 이루자고 설득하였다.
그러나 한신이 거절하며 말하기를 “신이
항왕項王을 섬길 때에는 벼슬이
낭중郎中에 지나지 않고 지위는 창잡이를 넘지 못하였습니다.
注+낭중郞中은 숙위하며 창을 잡고 있는 사람이다.
말을 해도 듣지 않았고 계책을 내어도 쓰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초楚나라를 배반하고 한漢나라로 돌아갔는데, 한왕漢王은 저에게 상장군上將軍의 인수와 수만 명의 군사를 주었으며, 옷을 벗어 나에게 입히고 자신의 음식을 밀어 나에게 먹였으며, 말을 하면 들어주었고 계책을 내면 사용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注+〈“해의이아解衣衣我” 중에〉 아래 이衣(입히다)는 어기於旣의 절切이고, 〈“퇴식사아推食食我” 중에〉 아래 사食(먹이다)는 사飼로 읽는다.
무릇 남이 나를 깊이 신임하고 가까이하는데 내가 그를 배신하는 것은 상서롭지 못한 것이니, 비록 죽더라도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저를 대신하여 항왕에게 말씀해주시면 다행이겠습니다.”라고 하였다.
目
[目]
무섭武涉이 떠나간 후에
괴철蒯徹이 천하의 저울대(권력)가
한신韓信에게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한신을 설득하기를 “천하가 처음 봉기하였을 때는 오직
진秦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에만 생각이 있었습니다.
注+〈“우재망진이이憂在亡秦而已”는〉 뜻이 진秦나라를 멸망시키는 데 있으니, 근심하는 바는 오직 이것뿐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초楚나라와 한漢나라가 다투어서 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간장肝臟과 쓸개가 땅에 널려 있게 하고 들판에 널려진 해골은 그 수를 셀 수가 없습니다.
초楚나라 사람들은 승승장구하여 그 위세가 천하에 진동하지만 서산西山에 가로막혀서 앞으로 나가지 못한 지가 3년이 되었습니다.
한왕漢王은 공鞏과 낙洛을 점거하고 험준한 산세와 황하를 끼고 하루에 몇 번을 싸우는데도 한 치의 땅도 넓히지 못하니, 이것이 이른바 지혜와 용기가 모두 곤궁해진 경우입니다.
지금 두 임금의 명운이 족하에게 달려 있으니, 둘 다 이롭게 하여 모두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천하를 삼분하여 솥의 다리처럼 버티면 그 형세가 누구도 감히 먼저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족하는 강한
제齊나라에 웅거하여
연燕나라와
조趙나라를 따르게 하십시오.
注+종從(따르다)은 본음대로 읽는다. 연燕나라와 조趙나라로 하여금 자기에게 복종하게 한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백성의 소원에 따라서 서쪽으로 향하여 〈
초楚나라와
한漢나라의 싸움을 그치게 하여〉 백성들을 살리자고 두 임금에게 청한다면 천하가 바람에 쓸리듯 따를 것입니다.
注+위爲(위하다)는 거성去聲이다. 제齊나라가 동쪽에 있었던 까닭에 서쪽으로 향한다고 말한 것이니, 초楚나라와 한漢나라의 싸움을 그치게 하는 것이다. 사졸들이 죽지 않는 까닭에 목숨을 청한다고 하였다. “풍주風走”는 따르는 것이 마치 바람처럼 빠르다는 말이다.
듣건대 하늘이 주는데도 갖지 않으면 오히려 벌을 받게 되고, 때가 이르렀는데 거사하지 않으면 도리어 화를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원컨대 족하는 깊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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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目] 그러자 한신韓信이 말하기를 “한왕漢王이 나를 매우 후대하니, 내가 어떻게 이익을 따라서 의리를 배신하겠습니까?”라고 하였다.
괴철蒯徹이 말하기를 “처음에 장이張耳와 진여陳餘가 서로 목숨을 내놓을 정도의 친한 사이였습니다.
그러나 장염張黶과 진택陳澤(진석)의 일로 다투고 나서는 장이가 마침내 지수泜水의 남쪽에서 진여를 죽이니, 머리와 다리가 잘려서 따로 뒹굴었습니다.
이제 족하가 한왕과의 관계를 반드시 위 두 사람이 친밀했던 것보다 더 굳게 하지는 못할 텐데,
注+“상여相與”는 서로 더불어 좋은 관계라는 뜻이다. 일은 장염과 진석의 경우보다 더 크고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삼가 족하가 한왕이 반드시 족하를 위태롭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 역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注+필必은 반드시 믿는다는 것이다.
들짐승이 사라지면 사냥개는 솥으로 들어가는 법입니다.
또 용기와 지략이 주인을 두렵게 하는 자는 그 몸이 위태롭고, 공이 천하를 덮는 자는 상을 줄 수 없습니다.
이제 족하가 주인을 두렵게 하는 위엄을 머리에 이고, 상을 줄 수 없는 공을 옆에 끼고 있으니, 이것을 가지고 어디로 돌아가시려 합니까?”
注+안安은 어디로이다.라고 하자, 한신이 사양하며 말하기를 “선생은 쉬도록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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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目] 며칠 후에
괴철蒯徹이 다시 설득하기를 “무릇 말을 듣는 것은 성공할 조짐이고, 깊이 생각하는 것은 성공의 관건이니,
注+청聽은 좋은 계책을 너끈히 듣는다는 것이다. 틀린 말을 듣고 잘못된 생각을 하고도 능히 오래도록 편안한 경우는 없습니다.
따라서 지혜로운 자는 결단을 속히 하고, 의심하는 자는 일에 해가 되니, 털끝처럼 자잘한 계교를 살피고 천하의 큰 운수를 잃어버려서, 머리로는 진실로 알지만 결단하여 감행하지 못하는 것은 모든 일의 재앙입니다.
무릇 공은 이루기는 어렵고 실패하기는 쉬우며, 때는 얻기는 어렵고 잃기는 쉬우니, 때여! 때여!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입니다.”
注+때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탄식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한신韓信이 머뭇거리며 차마 한漢나라를 배신하지 못하고, 또 스스로 자신의 공로가 많으니, 한漢나라가 끝내 자신의 제齊나라를 빼앗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마침내 괴철蒯徹의 제안을 거절하였다.
그러자 괴철이 떠나서 거짓으로 미친 체하여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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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目] 항우項羽가 스스로 원조는 없고 식량은 떨어진 것을 알았고, 또 한신韓信이 군사를 전진시켜서 공격하였다.
한漢나라가 후공侯公을 보내어 항우를 설득하여 태공太公을 보내달라고 하니, 항우가 한漢나라와 천하를 반으로 나누어 홍구鴻溝 서쪽은 한漢나라로 하고 동쪽은 초楚나라로 하기로 약속하고는, 9월에 태공太公과 여후呂后를 돌려보내고 포위를 풀고서 동쪽으로 돌아갔다.
한왕漢王이 서쪽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장량張良과 진평陳平이 말하기를 “한漢나라는 천하의 태반을 가지고 있고 초楚나라 병사는 굶주리고 피곤하니, 지금 풀어주고 공격하지 않는다면 이는 호랑이를 길러서 스스로 근심을 남기는 것입니다.”라고 하자, 왕이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