目
先是에 隗囂問於班彪曰 往者周亡에 戰國竝爭하여 數世然後定하니 意者컨대 從橫之事復起於今乎아 將乘運迭興이 在於今日也아
彪曰 周之廢興은 與漢殊異하니이다 昔에 周爵五等하여 諸侯從政하니 本根旣微하고 枝葉彊大라 故로 其末流有從橫之事하니
勢數然也
注+諸侯從政, 言諸侯之國各分爲政. 本根, 謂王室. 枝業, 謂諸侯.니이다 漢承秦制
하여 改立郡縣
하여 主有專己之威
하고 臣無百年之柄
이러니
至於成帝하여 假借外家하고 哀, 平短祚하여 國嗣三絶이라 故로 王氏擅朝하여 能竊號位하니
危自上起
요 傷不及下
注+成帝威權, 借於外家, 是危自上起也, 漢德無害於百姓, 是傷不及下也.라 是以
로 卽眞之後
에 天下莫不引領而歎
하니이다
十餘年間에 中外騷擾하고 遠近俱發하여 假號雲合하여 咸稱劉氏호되 不謀同辭하니이다
方今에 雄傑帶州域者 皆無六國世業之資하고 而百姓謳吟思仰하니 漢必復興을 已可知矣니이다
目
彪乃爲之著王命論하여 以風切之하니 曰 俗見高祖興於布衣하고 不達其故하여 至比天下於逐鹿하여 幸捷而得之하고
不知神器有命하여 不可以智力求也하니 悲夫라 此世所以多亂臣賊子者也라
夫餓饉流隷
가 飢寒道路
에 所願
이 不過一金
이나 然終轉死溝壑
注+流隷, 謂流離之人․皂隷之徒.은 何則
고 貧窮亦有命也
일새라
況乎天子之貴와 四海之富와 神明之祚를 可得而妄處哉아 故로 雖遭罹厄會하여 竊其權柄하여 勇如信, 布하고
彊如梁, 籍
하고 成如王莽
이나 然卒潤鑊伏質
하여 烹醢分裂
注+信布, 謂韓信․黥布. 梁籍, 謂項梁․項籍也. 成如王莽, 謂王莽簒位, 其勢已成也.이어든 又況么麽尙不及數子
하고 而欲闇奸天位者虖
注+么, 一堯切. 麽, 莫可切. 么麽, 皆微小之稱. 闇, 於感切, 隱晦貌.아
英雄이 誠知覺寤하고 遠覽深識하여 審神器之有授하여 毋貪不可冀하면 則福祚流于子孫하여 天祿其永終矣리라 囂不聽하다
目
【
목目】 폐하께서
양주梁州의 땅을 가지고 안으로
만승萬乘(천자)을 받들고 밖으로
삼군三軍에게 공급하면, 백성들이 시름겹고 곤궁한 나머지 윗사람의 명령을 감당하지 못하여, 장차
왕씨王氏처럼 스스로 무너지는 변고가 있을 것입니다.
注+익주益州는 〈우공禹貢〉의 양주梁州 지역이다. 왕씨王氏는 바로 왕망王莽이다.
신臣의 어리석은 생각으로 보건대, 천하天下의 희망이 아직 끊어지지 않았을 때에 미쳐 호걸들을 불러 유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때를 놓치지 말고 국내國內의 정예병들을 징발해서 전융田戎으로 하여금 강릉江陵을 점거하여 강남江南의 도회지를 지키고 무산巫山의 험고함을 의지해서 보루를 구축하여 굳게 지키고 오吳와 초楚에 격문格文을 돌리게 하면,
장사長沙 이남이 반드시 바람을 따라 쏠리듯이 따를 것입니다.
注+이현李賢이 말하기를 “무산巫山은 지금 기주 무산현夔州 巫山縣 동쪽에 있다.” 하였다. 미靡는 쏠림이다. 또
연잠延岑으로 하여금
한중漢中으로 출동해서
삼보三輔 지역을 평정하게 하면
천수天水와
농서隴西가 공손히 두 손을 모아서 스스로 복종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하면 해내海內가 진동하고 소요하여, 큰 이익을 바랄 수 있을 것입니다.”
目
【목目】 공손술公孫述은 형감荊邯의 말을 옳게 여기고 군대를 총동원하여 연잠延岑과 전융田戎으로 하여금 두 길로 나누어 출동해서 한중漢中의 장수들과 병력을 연합하고 세력을 규합하고자 하였는데,
촉蜀의 사람과 그의 아우 공손광公孫光이 나라를 비우고 천 리 밖으로 나가 한 번에 성패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굳게 간쟁하니, 공손술이 마침내 중지하였다.
연잠과 전융 또한 여러 번 군대를 출동하여 공을 세울 것을 청하였으나, 공손술은 끝내 의심하여 신하들의 말을 듣지 않고 오직 공손씨公孫氏에게 일을 맡겼다.
또 공손술이 행하는 정사는 마치
청수령淸水令으로 있을 때와 같이 까다롭고 꼼꼼하여 작은 일만 살필 뿐이었다.
注+애제哀帝 때에 공손술公孫述이 청수령淸水令에 보임되었다.
공손술은 자기의 두 아들을 세워
건위犍爲와
광한廣漢에서 각각 몇
현縣을 식읍으로 삼게 하니, 혹자가 간하기를 “아직 성패를 알 수 없고 병사들이
풍찬노숙風餐露宿을 하고 있는데, 먼저 사랑하는 아들을 왕으로 삼는 것은 큰 뜻이 없는 것을 보이는 것입니다.”
注+“선왕애자先王愛子”는 공손술이 사랑하는 두 아들을 먼저 왕王으로 봉한 것을 이른다. 하였으나,
공손술이 따르지 않으니, 이로 말미암아 대신大臣들이 모두 원망하였다.
目
【
목目】 3월에
공손술公孫述이
전융田戎으로 하여금
강관江關을 나가 옛 무리들을 불러 모아
형주荊州를 점령하게 하고자 하였으나, 함락시키지 못하였다.
注+≪화양국지華陽國志≫에 “파巴와 초楚가 서로 공격하므로 강관江關을 설치하였으니, 옛날에는 적갑성赤甲城에 있었으나 뒤에 강주 남안江州 南岸으로 옮겼으니, 백제성白帝城과 마주하였다.” 하였다.
황제가 마침내
외효隗囂에게
조령詔令을 내려
천수天水로부터
촉蜀을 정벌하고자 하니, 외효는
상언上言하기를 “공손술은 성질이 엄격하고 혹독하여
상하上下가 서로 걱정하니, 그의 죄악이 만연하여 밝게 드러나기를 기다려서 공격하여야 합니다.”
注+수須는 기다림이다. 숙孰(심하다)은 숙熟의 고자古字이다. 저著는 밝게 드러남이다. 하였다.
황제는 외효가 끝내 쓰임이 되지 못할 줄을 알고는 마침내 촉蜀을 토벌할 것을 도모하였다. 그리하여 경감耿弇과 갑연蓋延 등 7명의 장군을 보내서 농隴의 길로부터 촉蜀을 정벌할 적에,
먼저
중랑장 내흡中郞將 來歙으로 하여금
새서璽書를 받들고 가서 외효에게 주면서 황제의 뜻으로 타이르게 하였는데, 외효가 주저하며 결정하지 못하였다.
注+유冘(주저하다)는 유猶와 같이 읽는다.
내흡은 마침내 화를 내면서 외효를 책망하기를
注+질質은 시비是非를 가림이니, “질책質責”은 시비是非를 가려 책망함을 이른다. “황제께서는 그대가
선善과
불선不善을 알고 나라의 흥망을 안다고 생각하시어 친서를 보내 뜻을 밝히셨다.
注+“장부臧否”는 선善과 불선不善이다.
족하足下는 충성을 다하여 이미
백춘伯春(
외순隗恂)을 인질로 보냈으면서도, 간사한 자들의 미혹하는 말을 따라
삼족三族을 멸할 계책을 하고자 하는가.”
注+백춘伯春은 외효隗囂의 아들 외순隗恂의 자이다. 하고, 앞으로 나가 외효를 찌르고자 하였다.
외효가 일어나 궁 안으로 들어가니, 부部에서는 군대를 무장하여 내흡을 죽이려 하였다. 내흡이 서서히 부절符節을 잡고 수레에 올라 떠나가자, 외효는 우한牛邯으로 하여금 군대를 거느리고 가서 내흡을 포위하여 지키게 하였다.
외효의 장수 왕준王遵이 간하기를 “내흡을 죽여도 한漢나라에는 손해될 것이 없고 우리만 뒤따라 삼족三族이 멸하게 될 것입니다.” 하였다.
目
【목目】 이보다 앞서 외효隗囂가 반표班彪에게 묻기를 “옛날에 주周나라가 망할 적에 전국戰國이 함께 다투어서 몇 대가 지난 뒤에야 평정되었다. 짐작건대, 합종合從하고 연횡連橫하는 일이 지금 다시 시작되겠는가? 천운을 타고 다시 일어나 황제가 되는 일이 금일에 있겠는가?” 하니,
반표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주周나라가 흥하고 망한 것은 한漢나라와 크게 다릅니다. 옛날 주周나라는 다섯 등급의 작위를 두어서 제후諸侯들이 정사에 종사하였으니, 근본(왕실王室)이 이미 미약하였고 지엽(제후諸侯)이 강하고 컸습니다. 그러므로 그 말류末流에 합종하고 연횡하는 일이 있었으니,
이것은 형세와 운수가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注+“제후종정諸侯從政”은 제후諸侯의 나라가 각각 나누어 정사함을 말한 것이다. “본근本根”은 왕실王室을 이르고, “지업枝業”은 제후諸侯를 이른다. 한漢나라는
진秦나라의 제도를 이어받아
군현제郡縣制를 다시 세워서 군주는 정권을 독단하는 위엄이 있고 신하는 백 년 동안 지켜온
권병權柄이 없었는데,
성제成帝 때에 이르러 위엄과 권력을 외가에게 빌려주었고, 애제哀帝와 평제平帝가 단명하여 국사國嗣가 세 번이나 끊겼습니다. 그러므로 왕씨王氏가 조정을 좌지우지하여 황제의 칭호와 지위를 도둑질하였으니,
위험이 위에서 시작되었고
상해傷害가 아래에 미치지 않았습니다.
注+성제成帝가 위엄과 권력을 외가에게 빌려주니 이는 위험이 위로부터 일어난 것이요, 한漢나라의 덕德이 백성들에게 해로움이 없으니 이는 상해傷害가 아래에 미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왕망王莽이 진짜 천자의 지위에 오른 뒤에 목을 늘이고 한탄하지 않은 이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10여 년 사이에 중외中外가 소란하고 원근이 함께 일어나서 〈왕王과 장군將軍의〉 칭호를 빌려 구름 떼처럼 모여서 서로 똑같이 유씨劉氏를 말하고자 의논하지 않았는데도 모두 유씨劉氏를 칭하였습니다.
지금 영웅호걸로서 주州의 경내를 갖고 있는 자들은 모두 육국六國처럼 대대로 이어오는 밑천이 없고, 백성들은 노래하고 읊어 한漢나라를 생각하고 우러르니, 한漢나라가 반드시 다시 일어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目
【목目】 이에 반표班彪가 마침내 ≪왕명론王命論≫을 지어 넌지시 간하였으니,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속에서 고조高祖가 포의布衣로 일어난 것을 보고는 그 연고를 알지 못하여 심지어는 천하天下를 사슴을 쫓는 일에 비유해서 다행히 발이 빨라 얻었다 하고,
신기神器(천자의 지위)가 천명이 있어서 지혜와 힘으로 구할 수 없음을 알지 못하니, 슬프다. 이 때문에 세상에 난신적자亂臣賊子가 많은 것이다.
기근에 허덕이며 유리하는 백성과 노예가 도로에서 굶주리고 추위에 떨 적에 원하는 바가 1
금金에 지나지 않으나 끝내 전전하다가 죽어서 시신이
구학溝壑에 나뒹구는 것은
注+“유예流隷”는 유리流離하는 사람과 조예皂隷(조예)의 무리를 이른다. 어째서인가. 빈궁 또한 천명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천자天子의 존귀함과 사해四海의 부유함과 신명神明의 복을 망령되이 차지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비록 액운을 만나 권력을 도둑질해서 용맹함이 한신韓信, 경포黥布와 같고,
강함이
항량項梁,
항적項籍과 같고, 성공하기를
왕망王莽과 같이 하였더라도, 끝내 가마솥의 끓는 물속으로 들어가고 도끼 모탕에 엎드려서 삶아지고 젓 담겨져 사지가 분열되었는데
注+“신포信布”는 한신韓信과 경포黥布를 이르고, “양적梁籍”은 항량項梁과 항적項籍을 이른다. “성여왕망成如王莽”은 왕망王莽이 천자의 지위를 찬탈하여 그 형세가 이미 이루어짐을 말한 것이다., 또 재능이 위의 몇 사람에게 미치지 못하면서 천자의 지위를 남몰래 범하려 하는 하찮은 자들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注+요么는 일요一堯의 절切이고 마麽는 막가莫可의 절切이니, “요마么麽”는 모두 작고 하찮은 것의 명칭이다. 암闇은 어감於感의 절切이니 숨겨진 모양이다.
영웅이 참으로 알고 깨달으며 멀리 보고 깊이 알아서 신기神器를 전수함이 있음을 알아 바랄 수 없는 것을 탐하지 않는다면, 자손들에게 복이 흘러 퍼져서 하늘의 녹을 영원히 마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효는 끝내 듣지 않았다.
目
【목目】 마원馬援은 외효隗囂가 한漢나라를 배반하고자 한다는 말을 듣고는 여러 번 편지를 보내 외효를 책망하고 타일렀는데, 외효는 편지를 받고 더욱 노하였다.
외효가 군대를 동원하여 반란을 일으키자, 마원은 상서上書하여 행재소行在所에 나아가 외효를 멸망시킬 방법을 지극히 아뢸 것을 원하였다.
황제가 마침내 그를 부르니, 마원은 계책을 자세히 말하였다. 황제는 인하여 마원으로 하여금 돌기突騎 5천 명을 거느리고 왕래하면서 외효의 장수 고준高峻과 임우任禹의 등속을 설득하게 하고,
아래로 강족羌族의 호장豪長에 이르기까지 화복禍福을 말하여 외효의 당여黨與들을 이반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