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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目] 양씨羊氏는 바로 혜제恵帝의 후비后妃이다. 유요劉曜가 일찍이 그녀에게 묻기를 “내가 사마씨司馬氏의 아이(혜제惠帝)와 비교하여 어떠한가?” 하자,
양씨가 대답하기를 “폐하는 기업基業을 창건한 성스러운 군주이고, 저 사마씨는 나라를 망하게 한 어리석은 지아비이니, 어찌 폐하와 나란히 놓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저 사마씨는 제왕帝王의 귀한 신분으로 한 부인, 한 자식, 자기 한 몸까지 셋뿐인데도 끝내 보호할 수 없었습니다.
첩은 그때 실로 살고 싶지 않았으나, 세상의 남자들은 모두 다 그러하리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수건과 빗을 받들고 〈폐하를 모신〉 이래로 비로소 천하에 따로 대장부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였다. 유요는 그녀를 매우 총애하여 자못 국사國事에 간여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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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目] 장빈張賓이, 석륵石勒에게 현달한 지위를 받고 매우 우대를 받아서 여러 신하들이 미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겸허하고 공경하여 마음을 터놓고 선비들에게 자신을 낮추었으며, 불공정하고 사사로운 것을 물리쳐서 몸소 남에게 솔선수범이 되었다.
조정에 들어가서는 극진히 규간規諫하고 나와서는 임금에게 공功을 돌리니, 석륵이 매우 소중히 여겨서 조회朝會할 때마다 항상 그를 위하여 용모를 바로하고 자기의 말[사령辭令]을 간략히 하였으며, 감히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우후右侯’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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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目]
평주자사平州刺史 최비崔毖는
注+① 崔毖는 崔琰의 증손이다. 선비와 백성들 중에
모용외慕容廆에게 귀의하는 자들이 많다 하여 불만스러운 마음을 품고서, 은밀히
고구려髙句麗와
,
를 설득해서 그들로 하여금 함께 모용외를 공격하게 하였다. 최비와 친한
고첨髙瞻이 강력히
간諫하였으나 최비는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宇文氏攻慕容廆
세 나라가 병력을 연합하여 모용외를 공격하자, 모용외의 여러 장수들이 이들을 공격할 것을 청하였으나, 모용외가 말하기를 “저들은 최비의 꾐에 속아서 똑같이 이익을 얻기를 바란다. 군세軍勢가 처음 모여서 그 예봉銳鋒이 매우 날카로워 더불어 싸워서는 안 되니, 마땅히 굳게 지키면서 저들의 기세를 꺾어야 한다.
저들은 오합지졸이 모인 것이어서 아무도 상대를 복종시키지 못하고 있으니, 오래되면 반드시 각자 딴마음을 품고 배반할 것이다. 그런 뒤에 그들을 공격하면 틀림없이 격파할 수 있을 것이다.” 하였다.
세 나라가 극성棘城으로 진공進攻하자, 모용외가 성문을 닫고 스스로 지키면서 유독 우문씨에게만 쇠고기와 술을 보내어 위로하니, 〈고구려와 단씨〉 두 나라는 우문씨와 모용외 사이에 무슨 음모가 있는가 의심하여 각각 병력을 거느리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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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目] 실독관悉獨官이 이 소식을 듣고 말하기를 “모용한慕容翰이 성으로 들어가지 않으니, 어쩌면 〈뒤에서 우리의〉 근심이 될 수도 있다. 내 마땅히 먼저 그를 사로잡겠다.” 하고는, 수천 명의 기병騎兵을 나누어 보내 모용한을 기습하게 하였다. 모용한은 단씨段氏의 사자로 위장시켜 길에서 그들을 맞게 하고는 매복을 설치하고 기다렸다가 분격奮撃해서 모두 사로잡았다.
이에 승세를 틈타 곧바로 전진하면서 사잇길로 사신을 보내어 모용외慕容廆에게 말해서 군대를 출동하여 크게 싸우게 하였다. 선봉 부대가 처음 교전할 적에 모용한이 천여 명의 기병을 거느리고 옆에서 곧바로 실독관의 진영으로 쳐들어가서 불을 놓아 태우니, 우문씨宇文氏의 무리가 마침내 크게 패하였다.
실독관이 겨우 몸만 빠져나가 죽음을 면하니, 모용외가 그 무리를 사로잡고 황제의 옥새와 세 인끈을
注+① 옥새는 바로 宇文氏의 大人 普回가 사냥 나갔다가 얻은 것이다. 紐는 女九의 切이니, 옥새의 끈이다. 노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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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目] 최비崔毖가 이 소식을 듣고 두려워하여 고구려髙句麗로 달아나자, 모용외慕容廆는 그 아들 모용인慕容仁으로 요동遼東에 진주하게 하니, 관청과 시장과 마을이 이전처럼 편안하였다.
모용외가 고첨髙瞻을 장군으로 삼았는데 고첨이 병을 칭탁하고 관직에 나아가지 않았다. 모용외가 여러 번 가서 문안하고 그의 마음속을 어루만지며 말하기를
“그대의 병은 이 마음속에 있고 다른 데 있지 않다. 지금 진晉나라 황실이 혼란하니, 나는 제군諸君들과 함께 세상의 난리를 깨끗이 소탕하고 황실을 보좌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대는〉 어찌하여 중화와 오랑캐가 다르다 하여
개연介然히
注+① “介然”은 견고하고 정직하여 태도를 바꾸지 않는 모양이다. 나를 소원하게 대하는가.
공업功業을 세우려 할 때에는 오직 뜻과
경략經略이 어떠한가를 따질 뿐이다.” 하였으나, 고첨은 여전히 관직에 나아가지 않았다. 모용외가 자못 언짢아하자, 고첨이 근심하다가
졸卒하였다.
모용외가 배억裴嶷을 보내서 표문과 함께 우문씨宇文氏에게서 얻은 옥새를 받들고 건강建康에 나아가 바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