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2월에 조령詔令을 내려 〈황제皇帝와 황후皇后가〉 직접 밭을 갈고 누에 치는 예의禮儀(예절과 의식)를 갖추게 하였다.
目
[目] 조령詔令을 다음과 같이 내렸다.
“짐朕이 친히 밭을 갈아 자성粢盛(제기에 담은 곡물)을 바치고 황후皇后가 친히 누에를 쳐서 제복祭服을 받들 것이니, 그 예의를 갖추어라.”
綱
[綱] 여름에 비축秘祝(숨기는 축원문祝願文)을 없앴다.
目
[目] 처음 진秦나라 때에 축관祝官들은 비축秘祝이 있어서 만일 재상災祥(재앙)이 있으면 번번이 아랫사람들에게 허물(화)을 전가하였는데,注+축祝(지원하다)은 지수之秀의 절切이다. 축관祝官은 《주례周禮》의 태축太祝이 육축六祝의 말을 관장하여 인귀人鬼(사람의 영혼)‧천신天神‧지기地祇(지신地神)를 섬기는 것과 같다. 비축秘祝의 관원이 아랫사람들에게 허물을 전가함을 국가에서 숨겼으므로 비秘라 한 것이다. 요얼妖孼이 밖에서 생기는 것을 상祥이라 한다. 이때에 이르러 다음과 같이 조령을 내렸다.
“화禍는 원망에서 일어나고 복福은 덕徳으로 말미암아 일어난다.
백관百官의 잘못은 마땅히 짐朕의 몸에서 연유한 것인데, 지금 비축秘祝의 관원이 허물을 아랫사람들에게 전가하니, 짐朕은 이것을 취하지 않는다.
[目] 제齊나라 태창령太倉令순우의淳于意가 죄가 있어 형벌을 받게 되었는데,注+태창령太倉令은 제왕齊王의 관속이다. 그의 어린 딸인 제영緹縈이 다음과 같이 상소하였다.注+제緹은 체體와 제帝 두 가지 음이고 영縈은 음이 영嬰이니, 제영緹縈은 소녀少女의 이름이다.
“첩妾의 아비가 관리가 되었을 적에 제齊나라 안에서 모두 청렴하고 공평하다고 칭송하였는데,
지금 법에 걸려 형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첩은 죽은 자는 다시 살아날 수 없고 형벌(육형肉刑)을 받은 자는 다시 이어 붙일 수가 없으니,注+촉屬은 음이 촉燭이니, 연결한다는 뜻이다. 허물을 고쳐 스스로 새로워지기를 바라나 그럴 방
법이 없는 것을 서글퍼합니다. 원컨대 첩이 적몰籍沒되어 관비官婢가 되어 형벌을 받을 아비의 죄를 속죄하려 합니다.”
目
[目] 천자天子가 그녀의 뜻을 가엽게 여기고 슬퍼하여 다음과 같이 조령을 내렸다.
“지금 사람들은 허물(잘못)이 있으면 가르침이 시행되기 전에 형벌이 이미 가해져서 잘못된 행실을 고치려고 하나 이를 수가 없으니, 짐朕이 몹시 안타깝게 생각하노라.
형벌이 지체肢體를 자르고 피부에 새김에 이르면 종신토록 뼈와 살이 자라나지 못하니,注+식息은 자란다는 뜻이다. 이미 코를 베고[의劓] 발을 베고[월刖] 경골脛骨을 자르고[빈臏] 거세去勢[할割]를 하면 〈뼈와 살이〉 다시 자라나기를 바라나 될 수 없음을 말한 것이다. 어쩌면 그리도 비통하고 덕이 없는가.
어찌 백성의 부모가 된 의의意義이겠는가.
육형肉刑을 없애고 딴 것으로 바꾸어서 자세히 법령을 만들라.”注+육형肉刑은 묵墨, 의劓, 빈臏, 궁宮, 대벽大辟이니, 정현鄭玄이 이르기를 “고요皐陶가 빈臏을 고쳐 비剕(발을 자름)로 만들어 《서경書經》 〈주서周書여형呂刑〉에는 비剕가 있고 주周나라는 이것을 고쳐 월刖로 만들었다.” 하였다. 《사기史記》 〈문제본기文帝本紀〉의 조령詔令에 “지금 법法에 육형肉刑이 셋이 있다.” 하였는데, 주注에 “
과 방아를 찧게 하고, 경黥(자자함)과 곤髡에 해당되는 자는 재갈을 물려 성단城旦과 방아를 찧게 하고,注+“당경곤當黥髡”은 《한서漢書》 〈형법지刑法志〉에 “경黥(자자)에 해당되는 자는 머리를 깎았다.”라고 되어 있다.
의劓(코를 벰)에 해당되는 자는 태형笞刑 300대를 치고, 참좌지斬左止(왼발을 벰)에 해당되는 자는 태형笞刑 500대를 치고,注+지止는 지趾와 같으니, 발이다.
참우지斬右止(오른발을 벰)와 사람을 죽이고 먼저 자수하여 죄를 면제받은 자와 관리로서 뇌물을 받고 법을 부정하게 적용한 자와 현관縣官(국가)의 재물財物을 맡고서 도둑질한 죄에 걸린 자를 이미 논죄論罪하였는데 다시 태형笞刑의 죄를 범하였을 경우에는 모두 기시棄市하고,注+오른발을 벰에 해당되는 자는 그 죄가 두 번째로 무겁기 때문에 기시棄市를 따른 것이다. “살인선자고殺人先自告”는 사람을 죽이고 먼저 자수하여 죄를 면제받은 자를 이른다. 구賕는 음이 구求이니 뇌물이다. “이수구왕법吏受賕枉法”은 관리가 뇌물을 받고서 공정한 법을 부정하게 적용함을 이르고, “수현관재물이즉도지守縣官財物而卽盜之(현관縣官의 재물財物을 맡고서 도둑질했다.)”는 바로 법률에 이른바 ‘맡아서 지키는 자[주수主守]가 스스로 도둑질했다.’는 것이다. 사람을 죽인 것은 폐해가 심하고, 뇌물을 받는 것과 국가의 물건을 도둑질한 것은 장죄贓罪를 지은 더러운 몸이다. 그러므로 이 세 가지 죄는 이미 논죄하는 이름을 입었는데 또다시 태형笞刑을 범했으면 또한 모두 기시棄市하는 것이다.
성단城旦과 방아를 찧는 경우에는 각각 복역하는 연수年數를 두어서 면죄시켜야 합니다.” 하니, 제制하기를 “좋다.”注+성단城旦과 방아를 찧게 하는 데 복역한 지 만 3년이 되었으면
에 복역하게 하고, 1년 동안 사구에 복역하였거나 또는 사구처럼 2년 동안 부역하였으면 모두 죄를 면하여 서인庶人이 되게 한다. 하였다.
目
[目] 상上이 이미 몸소 현묵玄默을 닦고, 장수와 정승들이 모두 옛 공신功臣이었으므로 문식文飾이 적고 질박함이 많으며,注+《도덕경道德經》에 “검고 또 검음은 여러 묘함의 문이다.” 하였는데, 주註에 “현玄은 유有도 아니고 무無도 아니어서 미묘함의 극치이다.” 하였다. 멸망한 진秦나라의 정사를 징계하고 미워해서 의논이 되도록 관대하고 후덕함에 있으며 남의 과실을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니, 교화가 천하에 행해져서 고자질하는 풍속이 바뀌었으며,注+알訐은 남의 음사陰私(비밀스러운 일)를 공격하여 드러냄을 이른다. 관리들은 관직을 편안히 여기고 백성들은 생업을 즐거워하여 저축이 해마다 증가하고 호구戶口가 점점 불어났다.注+축畜(쌓다)은 축蓄으로 읽는다. 침寖은 침浸과 같으니 더욱이라는 뜻이다.
그리하여 유풍流風이 독후篤厚하고 법망法網이 엉성해져서 죄가 의심스러운 자는 백성들에게 형벌을 맡겨주어 가벼운 형벌을 따르도록 하니,注+망罔은 망網과 통하니, 법금法禁으로 막는 것이 그물눈이 성글어 엉성한 것과 같음을 말한다. 여予(주다)는 여與와 같으니, 형벌이 가벼운 쪽을 따라 단죄함을 이른다. 이 때문에 형벌이 크게 줄어들어서 온 천하에 사죄死罪를 지은 사람이 400명에 이르러 형벌을 버려두고 쓰지 않는 유풍이 있게 되었다.注+단斷(단죄하다)은 정란丁亂의 절切이다. “단옥사백斷獄四百”은 온 천하에 죽을죄를 지은 사람이 400명에 지나지 않음을 말한다. 조錯는 버려둔다는 뜻이다. 옛날에 백성들이 법을 범하지 아니하여 형벌을 버려두고 쓰지 않았는데, 지금 비록 옛날에 미치지는 못하였으나 거의 옛날의 유풍遺風이 있는 것이다.
綱
[綱] 6월에 전지田地의 조세를 면제하였다.
目
[目] 조령詔令을 다음과 같이 내렸다.
“농업은 천하의 근본이니, 힘써야 할 일이 이보다 더 큰 것이 없는데, 지금 몸을 부지런히 놀려 농업에 종사하는데 조세의 부역이 있으니, 이는 본업本業에 종사하는 자와 말업末業에 종사하는 자가 차이가 없는 것이니, 농민들에게 조세를 면제하라.”注+본本은 농업이고 말末은 상고商賈이다. 농민과 상고商賈가 모두 조세를 내어 차이가 없으므로 농민의 전조田租를 면제하라고 말한 것이다.
역주
역주1(禍)[過] :
저본에는 ‘禍’로 되어 있으나, 《資治通鑑》에 의거하여 ‘過’로 바로잡았다.
역주2肉刑 :
옛날 죄인의 몸에 직접 가하는 형벌로 다섯 가지가 있다. 시대와 기록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書經》의 〈周書 呂刑〉을 보면 얼굴에 자자하는 墨刑(黥刑), 코를 베는 劓刑, 발을 베는 剕刑(刖刑), 남녀의 생식기를 못 쓰게 하는 宮刑, 死刑인 大辟을 이른다.
역주3除肉刑 :
“肉刑을 없앤다고 쓴 것은 어째서인가? 이를 훌륭하게 인정한 것이다. 肉刑은 옛 법이었는데, 文帝로부터 처음 옛 법을 폐지하였으니, 그렇다면 어찌하여 이것을 훌륭하게 인정하였는가? 사람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마음을 훌륭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처음’이라고 쓰지 않았으니, 처음이라고 쓰면 井田을 폐지한 것과 같은 경우라고(周 顯王 19년조 ‘始廢井田’이라 하였음) 의심할까 염려해서였다. 《資治通鑑綱目》에서 형벌을 조심하는 정사에 除를 쓴 것이 10번인데, 문제가 그중에 셋을 차지한다.[除肉刑 何 予之也 肉刑 古法也 自帝始廢古法 則曷爲予之 不忍人之心也 故不書始 書始則疑於廢井田 綱目恤刑之政 書除十 文帝居三焉]” 《書法》
역주9城旦 :
낮에는 오랑캐들을 방비하고 밤에는 長城 쌓기를 4년 동안 하는 형벌이다. 일설에 “아침에 일어나 가서 성을 쌓는 것이다.”라고 한다.
역주10鬼薪과 白粲 :
鬼薪은 秦‧漢시대 일종의 徒刑이다. 겨울에 ‘宗廟에서 사용하는 나무 섶을 채취해온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官府의 잡역에 종사하거나 手工業의 생산 및 각종 노동하는 일을 담당하였다. 白粲 역시 秦‧漢시대의 형벌로, 精米를 선별하여 제사의 쓰임에 공급하였는데, 고급 관리의 命婦 또는 그 후예의 여자로서 죄를 저지른 자에게 가하였다.
역주12(蒲)[滿] :
저본에는 ‘蒲’로 되어 있으나, 《資治通鑑》 註에 의거하여 ‘滿’으로 바로잡았다.
역주13除田之租稅 :
“‘除’라고 쓴 것은 무엇인가? 영원히 면제한 것이다. 천하의 조세의 절반을 두 번 감면해준 것이다. 그런데 이때 마침내 영원히 면제했으니, 황제가 검약하여 나라에 충분한 저축이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와 같이 할 수 있었겠는가.《資治通鑑綱目》이 끝날 때까지 한 번뿐이다.[除者 何 永除也 再賜天下半租 仁矣 於是 遂永除之 非帝之儉約 國有餘蓄 能若是乎 終綱目一而已矣]” 《書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