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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目] 조왕趙王 유회劉恢는 여산呂産의 딸을 왕후王后로 삼았다.
왕王에게는 총애하는 희첩姬妾이 있었는데 왕후가 짐주酖酒로 죽이니, 왕王이 슬퍼하고 울분하여 자살自殺하였다.
이에 태후太后가 부인婦人 때문에 종묘宗廟에 대한 예禮를 버렸다고 하여 후사後嗣를 폐하고, 대왕代王 유항劉恒에게 사신을 보내 조趙나라로 옮겨 왕 노릇 하게 하겠다고 통지하였는데, 대왕이 사양하고 변방인 대代나라를 지키기를 원하였다.
태후는 마침내 친정 오라비의 아들인
여록呂祿을 세워 조왕으로 삼았다.
注+여록呂祿은 여석지呂釋之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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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目] 이때에 여러 여씨呂氏가 권세를 멋대로 휘두르며 정권을 좌지우지하니, 주허후朱虛侯 유장劉章은 나이가 20세이고 기력氣力이 있어서 유씨劉氏가 직책을 얻지 못하는 것을 분하게 여겼다.
일찍이
입시入侍하여 연회에서 술을 마실 적에
태후太后가 유장을
로 삼았는데, 유장이
자청自請하기를, “
신臣은
장군將軍의
종자種子(후손)이니,
군법軍法으로 술을 돌리기를 청합니다.” 하니, 태후가 허락하였다.
술에 취하자 유장이 경전가耕田歌를 부르기를, “깊이 밭을 갈아 씨를 촘촘하게 뿌리고, 싹이 돋아나면 솎아내려 하도다.
그 종자가 아닌 것을 호미로 매어 제거하리로다.” 하니, 태후가 잠자코 있었다.
注+기穊는 음이 기冀이니, 조밀(촘촘)하다는 뜻이다. “기종穊種(종자를 조밀하게 뿌린다.)”은 자손子孫을 많이 낳는 것을 말하고, “소립疏立(나온 싹을 솎아낸다.)”은 사방에 흩어두어서 번왕藩王이 되게 하는 것이고, “서이거지鋤而去之(호미로 매어 제거한다.)”는 여러 여씨呂氏를 배척하는 것이다.
얼마 지난 뒤에 여러 여씨 가운데 한 사람이 술에 취하여 술자리를 피해 도망하니,
注+“망주亡酒”는 술자리를 피하여 도망하는 것이다. 유장이 쫓아가서 목을 베고 돌아와 보고하였다.
좌우左右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크게 놀랐으나, 태후가 이미 군법軍法을 시행하도록 허락하였기 때문에 죄를 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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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目] 양씨楊氏(양시楊時)가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나는 유장劉章이 밭 가는 일을 말한 것과 술자리를 피해 도망한 자를 죽인 것을 보고 한심하게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가령 이로 인해 그의 재주 때문에 시기를 받아서 금중禁中에서 숙위宿衛할 수 없게 되었다면 뒤에 비록 큰일을 하고자 한들 오히려 할 수 있었겠는가.
그렇다면 화를 면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또한 요행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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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目]
진평陳平이 일찍이 한가히 거처하며 깊이(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注+〈“상연거심념嘗燕居深念”은〉 국가國家가 불안하기 때문에 고요히 거처하며 홀로 염려해서 그 방책方策을 생각한 것이다.육가陸賈가 가서 곧바로 들어와 앉았으나 진평이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注+좌坐(자리)는 조와徂臥의 절切이다. 〈“직입좌直入坐 이평불견而平不見”은〉 문지기를 통해 명을 전달하지 않고 지레 스스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는데, 진평陳平이 깊이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온 것을 깨닫지 못하였음을 말한다.
이에
육생陸生(
육가陸賈)이 말하기를 “무슨 생각을 이리도 깊이 하시오?” 하니, 진평이 말하기를 “그대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헤아려보시오.”
注+췌揣는 초위初委의 절切이니, 헤아린다는 뜻이다. 하였다.
육생이 말하기를 “족하足下께서는 지극히 부귀富貴하니 바랄 것이 없을 것입니다.
〈생각하시는 것이 있다면 단지〉 여러 여씨呂氏와 어린 황제[소주少主]를 걱정하는 것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니, 진평이 말하기를 “그러하오.
어떻게 해야겠소?” 하고 되묻자, 육생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
천하天下가 편안하면
재상宰相에게 마음(관심)을 기울이고
천하天下가 위태로우면
장수將帥에게 마음을 기울이니, 장수와 재상이 화합하여 조화를 이루면 선비들이 평소에
귀부歸附해서
천하天下에 비록 변고가 있더라도 권력이 나누어지지 않습니다.
注+예豫는 평소이다. 일설一說에는 순順함이라고 한다.
사직社稷을 위해 계책을 세워보건대
의 손안에 달려 있을 뿐이니, 그대는 어찌하여
태위太尉(
주발周勃)와 사귀어 그의 환심을 사지 않으십니까.”
육생은 이어서 진평을 위하여 여씨에 관한 몇 가지 일을 계획하였는데, 진평이 그 계책을 따라 두 사람이 깊이 서로 단결하니, 여씨의 음모가 더욱 쇠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