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臣按】 文宗은 학문을 좋아하는 군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끝내 재앙과 실패에서 구제되지 못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周易》에 이르기를, “군자는 옛날 聖賢들의 言行을 많이 알아서 자신의 덕을 쌓는다.”라고 하였습니다.
만약 문종이 이 뜻을 알았더라면, 〈乾卦〉의 강건한 성질을 완색하여 그 강건함을 기르고, 〈離卦〉의 거듭 밝음으로 붙어 있는 성질을 체득하여 그 명철함을 길렀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강건하고 명철해졌다면 상벌을 내리는 권세에 있어 반드시 장악할 수 있었을 것이고, 군자와 소인의 구분에 있어 반드시 변별하여 명백하게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했다면 어찌 유약하여 우뚝 서지 못하고 악인을 채용하여 환관의 세력을 더욱 확장하게 함으로써 기꺼운 마음으로 자신을 周 赧王과 漢 獻帝에 비교하는 데까지 이르렀겠습니까.
문종은 서적에서 전혀 털끝만큼도 얻은 것이 없었으니, 바로 이것을 자신의 오락거리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무릇 서적을 좋아하면서도 이것을 쓸데없는 이야깃거리로 삼고 긴 하루를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문종처럼 되지 않을 사람이 드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