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20-8-나(안按)
[신안臣按] 간신이 국정을 전단專斷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계략을 써서 자신과 뜻을 달리하는 같은 반열에 있는 자들을 제거합니다. 이 때문에 노기盧杞가 먼저는 양염楊炎을 축출하고 뒤이어서는 장일張鎰을 내쫓았던 것입니다.
양염은 말할 가치도 없지만, 장일은 왕실에 매우 충성스러워서 걸출하게 재상의 기국이 있었습니다. 노기는 장일이 덕종德宗에게 총애를 받았기 때문에 그 사이를 벌려놓을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농우隴右에 군대를 보내게 되자 즉시 자신이 가겠다고 자청하여 덕종이 안 된다고 한 연후에 장일을 추천하였습니다. 자신이 먼저 가겠다고 자청했던 이유는 덕종의 뜻을 시험해보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만일 덕종이 바로 노기의 청대로 했다면 그 계략은 궁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노기는 덕종이 자신이 못생기고 키가 작은 것 때문에 여러 장수들을 위엄으로 복종시킬 수 없다고 여겨서 반드시 자신을 보내지 않을 것임을 짐작했습니다.
이때 오직 장일만이 자신과 똑같은 재상이기 때문에 이왕 노기를 보내지 않는다면 장일을 보내리라는 것은 의심할 것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노기의 교활한 계략이었는데도 덕종이 그 계략에 빠지고서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 간사한 자들의 정상情狀은 늘 이와 같으니, 군주는 깊이 살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