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18-9-나(안按)
[신안臣按] 선대先代의 명신 구양수歐陽脩가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예로부터 소인이 충성스럽고 선량한 사람을 참소하여 해칠 때에는 그 식견이 짧아서,
선량한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함정에 빠트리고자 하면 붕당이라고 지목하는 데 불과하고, 대신을 흔들어 제거하고자 하면 반드시 권력을 전횡한다는 것으로 무고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무릇 한 명의 선인善人을 제거해도 여러 선인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 소인의 이익이 되지 못하고, 모두 제거하고자 하면 선인은 허물이 적어서 일일이 흠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직 붕당을 짓는다고 지목해야만 단번에 모두 내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신과 같은 경우는 이미 지우知遇를 입어서 신임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니 다른 일로는 흔들어 제거할 수 없습니다.
오직 권력을 전횡한다는 것만은 군주가 싫어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 말이라야 비로소 제거할 수 있습니다.”
原注
신이 보건대 홍공弘恭과 석현石顯은 소망지蕭望之 등의 죄를 아뢸 때 첫 번째는 ‘붕당’이라 하고 두 번째는 ‘권력을 전횡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실정을 가지고 살펴보면 소망지 등이 한마음으로 나라를 위해 모의하여 고의古誼를 들어 군주를 바로잡았으니 어찌 붕당을 짓고 권력을 전횡하는 일이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홍공‧석현‧사고史高는 서로 붕당을 짓고 결탁하여 정기政機를 독차지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이른바 ‘붕당’이며 ‘권력을 전횡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홍공과 석현 등이 이 죄명에 맞는 실정을 자신들이 갖고 있으면서 도리어 소망지 등을 이 죄명으로 무고하였으니, 간사한 소인이 흑백을 뒤바꾼 것이 대개 이와 같습니다.
사관史官이 “석현은 속마음이 음험하고 악독하여 궤변으로 사람들을 해쳤다.”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런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도 원제元帝는 어리석게도 이를 살피지 못하여 ‘불러서 정위廷尉에게 보내는 것’을 청하자 허락하였고,
그들이 죄가 없다는 것을 안 뒤에 풀어주었다가 면직시켜 서인庶人으로 만들도록 청하자 또 허락하였습니다. 군주의 덕이 밝지 못하기 때문에 소인이 그 계책을 실현시킬 수 있었던 것이니, 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