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24-3-나(안按)
[신안臣按] 한漢나라 때 아첨하여 총애를 받았던 신하들이 비록 많았지만, 총애와 존귀함을 극도로 누린 것이 동현董賢만 한 사람은 없었으니, 그가 황제에게 이러한 총애와 존귀함을 얻었던 이유는 유순하고 남의 비위를 잘 맞추어 아첨을 잘함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했기 때문일 뿐입니다.
이 당시에 산이 무너지고 지진이 발생하였으며 정월 초하루에 일식이 발생하자 승상 왕가丞相 王嘉가 이러한 현상을 애제가 동현을 총애한 응험이라 하였고,
흰 무지개가 해를 범하고 내내 흐린 채 비가 내리지 않자 사예교위 포선司隷校尉 鮑宣 또한 이러한 현상을 애제가 동현을 총애한 응험이라 하였습니다. 무릇 임금이 한 사람의 총신寵臣을 가까이하였는데 하늘이 임금을 위하여 경계를 보여준 것이 이와 같으니, 두려워하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原注
왕가王嘉의 말에 “전대前代의 역사를 깊이 살펴 동현에 대한 총애를 절제하셔서 그의 목숨을 보전하게 해야 합니다.”라고 하였고, 포선鮑宣이 또한 “참으로 동현을 사랑하고자 한다면 그를 위하여 천지에 잘못을 사죄하고 동현에 대한 천하 사람들의 원한을 풀어주어 동현을 파면시키고 내보내 봉국封國으로 가게 해야 하니,
이와 같이 하면 동현 부자가 자신들의 생명을 제대로 끝마칠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두 신하의 말은 정성스럽고 간절하여 임금에게 충성을 다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총신寵臣도 보전하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애제가 사사로운 총애에 빠져 충언忠言을 물리치고 듣지 않은 데다가 또 동현을 발탁함으로써 그를 삼공三公의 지위에 오르게 하여, 소인을 등용해 나라가 무너질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애제의 생각을 따져보건대, 어찌 유순하고 남의 비위를 잘 맞추어 아첨에 능한 사람이 악을 행하지 못하리라고 여겨서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음험하고 잔인한 자질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잡고서 나랏일을 제멋대로 할 때 해를 끼치지 않는 경우가 없는 줄 몰랐던 것입니다.
한漢나라의 기업基業이 이미 이로 말미암아 크게 무너졌고 동현 또한 죽음을 면치 못하였으니, 아첨을 잘하는 총신을 가까이하고 어진 이를 멀리하면 그 화가 반드시 이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임금이 또한 힘써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