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22-2-나(안按)
[신안臣按] 구덩이를 파고 희생을 써서 맹약한 글을 묻어두는 꾀를 혜장이려惠牆伊戾가 써서 태자 좌痤를 모함하였고, 사인 류寺人 柳가 또 그 꾀를 써서 화합비華合比를 모함하였습니다.
설사 삼척동자라 할지라도 이전에 잘못하여 참소를 받아들인 적이 있었다면 그래도 나중에 비슷한 일이 생길 때에 틀림없이 잘 살펴서 알아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송 평공宋 平公이 또 참소를 믿어서 화합비를 축출하여 얕은 잔꾀가 쓰일 때마다 효과를 보았습니다.
이는 참소하는 자의 교묘함 때문이 아니라, 바로 듣는 사람이 밝게 듣지 못했던 것입니다. 우리 송宋나라 인종仁宗 때에 원호元昊가 변경을 어지럽히자 변경을 수비하던 관리 가운데 원호 휘하의 맹장을 상대로 이간책을 쓰려는 자가 있었습니다.
그가 마침내 희생과 술을 들판에 차려놓고서 마치 그 맹장의 부음을 듣고 제사를 지내는 척하여 축문祝文 내용에 내통한 경위를 모두 서술하고 내통이 결실을 맺지 못한 점을 애도하다가 원호의 순찰병이 오자 그 자리를 버리고 떠났으니, 이 역시 구덩이를 파고 희생을 써서 맹약한 글을 묻어두는 유형입니다.
그 꾀가 매우 얄팍했는데, 원호는 교활한 놈임에도 우리 송나라 변경을 수비하던 관리의 계략에 빠져서 자신의 맹장을 의심하여 죽였습니다. 하물며 평공은 어떻겠습니다.
신이 이 때문에 함께 수록하여 참소하는 신하가 참소를 할 때와 적국이 이간책을 펼 때 사용하는 계책이 대체로 같음을 밝히니, 임금 된 사람 모두가 살피지 않으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