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18-16-나(안按)
[신안臣按] 소인이 군자를 해치는 것은 그 정상情狀이 똑같지 않습니다. 용렬하고 우매한 군주를 만나면 드러내놓고 밀어내니 홍공弘恭과 석현石顯이 소망지蕭望之를 밀어낸 것이 바로 이런 경우이고,
유능하고 명철한 군주를 만나면 암암리에 배척하니 가충賈充이 임개任愷를 배척한 것이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진 무제晉 武帝는 비록 현군賢君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용렬하고 우매한 군주에 비견될 사람은 아니었으며 또 임개 역시 무제에게 총애를 받아 중용되고 있었으니, 가충이 임개를 넘어뜨리고자 한다면 또한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전에는 임개가 충성스럽고 곧으니 동궁을 보필하기에 적합하다고 칭찬하였던 것입니다. 이것은 임개의 시중侍中 직책을 빼앗아서 무제 가까이에 있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계책이 실패하자 또 임개를 추천하여 이부 상서吏部 尙書가 되게 하였습니다. 천관天官의 직임이 중하기는 하나 직책이 전형銓衡에 있으니 시중과 같이 황제를 가까이서 모시는 직책은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계책이 성공하자 마침내 일을 가지고 임개를 밀어내어 폐출시켰으니, 또한 참으로 교묘하다고 하겠습니다.
原注
옛날에 조요趙堯는 주창周昌의 어사대부御史大夫 지위를 빼앗고자 한 고제漢 高帝에게 조왕 유여의趙王 劉如意를 위해 신분이 높고 성정이 강한 상相을 택하도록 권하고 이어서 주창을 추천하였으며,
공손홍公孫弘은 동중서董仲舒를 질투하여 지방으로 쫓아내고자 한 무제漢 武帝에게 아뢰어 동중서를 교서왕膠西王의 상相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고제高帝와 무제武帝는 모두 현명한 군주였으며 주창과 동중서의 현명함 또한 두 황제에게 인정을 받았으니, 만일 두 사람을 죄로 무고하여 드러내놓고 밀어낸다면 황제가 자신들의 말을 들어주리라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겉으로는 이들을 추천하고 칭송한다는 이름을 빌리고 속으로는 이들을 배척하고 밀어내는 수법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 때문에 비록 두 황제의 현명함으로도 이를 자세히 살피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가충의 계책이 진 무제晉 武帝에게 통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