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12-14-나(按)
[臣按] 천하의 이치는 하나이나 나뉘면 달라집니다. 무릇 천지 사이에 생겨난 것은 천지의 자식이어서 나의 同氣가 아닌 것이 없으니, 이를 일러 ‘이치는 하나이다[理一]’라고 합니다.
그러나 九族은 나와 같은 몸이고, 보통 사람들은 나와 같은 종류이며, 금수와 초목은 나와 다른 종류이니, 이를 일러 ‘나뉘면 달라진다[分殊]’라고 합니다.
그 이치는 하나이기 때문에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두루 있지 않은 곳이 없는 것이며, 나뉘면 달라지기 때문에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 차등이 있는 것입니다.
만일 구족을 친히 대하는 道로 보통 사람들에게 베풀면 친한 자와 소원한 자가 다름이 없게 될 것이니, 이것은 바로 구족을 박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을 사랑하는 道로 금수와 초목에 베풀면 귀한 자와 천한 것이 다름이 없게 될 것이니, 이것은 바로 보통 사람들을 박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구족에게는 친함으로 대하고, 보통 사람들에게는 사랑으로 대하고, 금수와 초목에는 아낌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합하여 말한다면 모두가 仁이며, 나누어서 말한다면 차례가 있으니, 이것이 二帝‧三王의 道가 楊朱‧墨翟과 다른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