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24-6-나(안按)
[신안臣按] 범조우范祖禹가 말하였습니다. “대우大禹가 말하기를 ‘어찌 말을 좋게 하고 얼굴빛을 잘 꾸며 매우 간악한 마음을 숨기고 있는 자를 두려워하겠는가.’라고 하였으며,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아첨에 능한 사람은 위험하다.’라고 하였다.
아첨에 능한 사람은 아첨으로 환심을 사고 순종하는 것에 그칠 뿐인데도 그를 가까이하면 반드시 위태로움에 이르는 것은 어째서인가? 저 아첨하는 사람은 의義가 있는 곳을 알지 못하고 오직 이익만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익이 임금이나 아버지에게 있으면 임금이나 아버지를 따르고 이익이 권신權臣에게 있으면 권신에게 빌붙으며, 이익이 적국에게 있으면 적국과 내통하고 이익이 융적戎狄에게 있으면 융적을 가까이하여,
이익이 있는 곳이면 따르고 이익이 떠난 곳이면 멀리하니, 임금이나 아버지에 대하여 무엇이 있겠는가. 충신은 그러하지 않아서 의義를 따르고 임금을 따르지 않으며, 도道를 따르고 아버지를 따르지 않는다.
그리하여 임금으로 하여금 불의不義에 빠지지 않게 하며 아버지로 하여금 부도不道에 들지 않게 한다. 이 때문에 비록 임금이나 아버지의 명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명에 따르지 않음으로써 장차 임금이나 아버지를 편안한 데에 처하게 하려는 것이다.
임금에게 불의가 있으면 따르지 않으니 하물며 권신의 경우에야 말할 것이 있겠으며, 아버지에게 불의가 있으면 따르지 않으니 하물며 타인의 경우에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옛날 아첨하는 자들이 처음에는 말을 교묘하게 하고 낯빛을 좋게 꾸미지 않는 자가 없어서 반드시 패역悖逆할 마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가, 잃을 것을 두려워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못하는 짓이 없었다.
임금을 시해하고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던 자들은 모두 처음에 아첨으로 환심을 사고 순종했던 자들이었다.”
原注
신은 생각건대 아첨하는 신하의 해악을 범조우가 남김없이 말하였습니다. 또 우문사급의 말이 크게 임금의 맹독이 되는 점이 있었습니다.
저 성명聖明한 군주가 다스리는 시대에는 충성스럽고 정직한 이들이 조정에 가득하여 군주의 언동이 조금만 잘못되어도 신하들이 경계하는 말이 뒤따라 이르니, 천자의 귀한 몸이 되었더라도 의당 무료한 듯하지만 늘 지극히 편안하고 영화로운 곳에 몸을 두게 됩니다.
그리고 혼란한 군주가 다스리는 시대에는 아첨이 귀를 막아 사치를 극도로 부리고 욕망을 마음껏 누리는데도 아랫사람 중에 감히 진언하는 자가 없으니, 천자의 귀한 몸이 되어 의당 마음에 드는 것만 누려야 할 듯하지만 늘 지극히 위태롭고 어려운 가운데 몸을 두게 됩니다.
그렇다면 임금이 장차 그중에서 어떤 쪽을 선택해야 하겠습니까? 우문사급과 같은 자는 멸망한 수隋나라의 잔존 세력이니, 어찌 크게 책망할 것이 있겠습니까. 애석한 점은 태종이 그가 아첨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버릴 줄 몰랐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