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26-3-나(안按)
[신안臣按] 순경荀卿의 의론이 훌륭하기는 하지만 의로움과 이로움을 추구하는 마음은 사람이 둘 다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하였으니 이는 사람의 본성을 잘 모르는 것입니다.
본성에 있는 것은 오직 의로움뿐이니 외물外物과 내가 병립하게 된 뒤부터 이로움을 추구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법입니다. 또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이라도 백성이 이로움을 바라는 마음을 없애지는 못하였고, 걸왕桀王과 주왕紂王이라도 백성이 의로움을 좋아하는 마음을 없애지는 못하였다.”라고 하였습니다.
저 걸왕과 주왕이 백성의 의로운 마음을 없앨 수 없었던 것은 백성이 하늘에서 부여받은 선량한 본성을 비록 폭군이라 할지라도 빼앗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이라도 백성이 이로움을 바라는 마음을 없애지는 못하였다.”라고 말했으니, 그렇다면 이른바 “온 백성이 변화하였다.”라는 것은 과연 무슨 일이겠습니까. 성인聖人의 교화가 천지의 조화와 함께 유행했던 이유는 바로 백성이 선으로 옮겨가고 죄를 멀리하면서도 알지 못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백성이 이로움을 추구하는 마음을 가져 제거할 수 없다면 이른바 “선으로 옮겨가면서도 알지 못한다.”라는 것이 아닙니다. 저 이로움이라는 것은 사람 마음을 좀먹는 해충이니 있어서는 안 됩니다.
성현聖賢이 배우는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반드시 이러한 마음을 다 없애게 한 뒤에 함께 선을 행할 수 있어서이고, 성현이 백성을 교화하는 것은 반드시 이러한 마음을 완전히 바꾸게 한 뒤에 함께 태평성세를 만들 수 있어서입니다.
그러니 어찌 요임금과 순임금의 백성인데도 오히려 이로움을 탐하는 마음을 가졌다고 말하겠습니까. 순경은 사람의 본성이 악한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이 때문에 그의 의론이 이와 같은 것이니 신이 논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