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15-1-나(안按)
[신안臣按] 요임금이 처음에 이 일을 순히 하여 등용할 사람을 묻자 방제放齊가 사자 단주嗣子 丹朱라고 대답하였고, 또 요임금 자신의 일을 순히 할 사람을 묻자 환도驩兜가 공공共工이라고 대답하였으며,
또 홍수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을 묻자 사악四岳이 곤鯀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게으르고 놀기 좋아하며 오만하고 잔학한 단주丹朱와 흉악한 공공共工‧곤鯀은 천거해서는 안 되는데 천거된 사람입니다.
뒤에 제위를 선양할 만한 사람을 묻자 사악이 순舜이라고 대답하였으니 이는 천거해야 해서 천거한 사람입니다.
原注
요임금이 천거해서는 안 될 사람에 대해서는 옳지 않다고 탄식하여 단주丹朱에 대해서는 그가 쓸데없는 말이 많고 다투는 것을 알았으며, 공공共工에 대해서는 그가 별일이 없을 때는 말을 잘하지만 임용하면 말과 어긋난다는 것을 알았으며, 곤鯀에 대해서는 그가 명령을 거역하며 종족을 해치고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천거해야 할 사람에 대해서는 동의하여 그 됨됨이를 묻고 나서 다시 두 딸을 시집보냈습니다. 방제와 환도가 천거한 것은 후세의 용렬하고 우매한 왕의 조정에서 간사한 소인이 자기들끼리 끌어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그렇지만 오직 요임금의 밝은 덕만은 마치 해가 하늘에 떠서 만물을 전부 비추는 것과 같아서, 한마디 말이 나오자 숨겨진 실상을 환히 꿰뚫어보아 숨길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이것이 요임금이 성인聖人인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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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단주丹朱와 공공共工을 천거한 데 대해서는 따르지 않고 곤鯀을 천거한 데 대해서는 따른 것은 아마도 앞의 두 경우는 보상輔相의 직임이라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덕德이었고,
뒤의 곤의 경우에는 홍수를 다스리는 직임이기 때문에 취하는 것이 재능이었으니, 곤은 비록 심사가 뒤틀리고 명을 거역하여 자기 생각대로만 했지만 홍수를 다스리는 일로 말한다면 이보다 더 나을 자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마침내 여러 신하의 말에 따라 그에게 명하였으니 이 점에서 또 성인聖人이 비록 지혜는 만물의 이치에 대해 두루 통달했더라도 자신의 지혜만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천한 지위에 있던 순舜에 이르러서는 알려지지 않은 미덕과 숨겨진 행실이 어떤 경로인지 묘당에까지 알려져서 사악의 천거하는 말이 한번 나오자마자 요임금이 즉시 옳게 여기고 “내가 본래 그에 대해 들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순의 덕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묻고 두 딸로 시험하였으니, 또 성인의 명철함이 비록 사람을 알기에 충분한데도
오히려 여러 신하들의 공론에서 상고해보고 실제로 행하는 일에서 시험해보았기 때문에 후세에 명성만을 따르는 폐단이 없고 천하를 위해 인재를 얻는 공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原注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임금이 요임금을 모범으로 삼고자 한다면 어디에 힘을 써야 하겠습니까? 자신의 덕을 밝힐 따름입니다.
요임금이 사람을 알아본 것은 배워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요임금이 덕을 밝힌 것은 배워서 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고 앎을 지극히 하여 천하의 이치에 대해 의혹되는 바가 없고, 사정私情을 이기고 욕망을 막아서 천하의 사물에 대해 가려진 바가 없는 것이 바로 자신의 덕을 밝히는 것이니,
자신의 덕을 밝히는 것은 사람을 알아보는 근본입니다.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이 여기에 힘쓰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