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景德元年正月丙申夜에 京師地震하고 癸卯에 復震하고 乙巳夜에 復震하야 屋宇皆動하야 有聲移時而止하니
帝謂宰相李沆曰 坤道貴於安靜하니 京師는 大衆所聚어늘 而震動若此하니 皆朕聽覽不明所致라 夙夜內省하야 中外之政을 敢不盡心가 但慮命令之出에 或有枉撓호라 沆頓首引咎한대
帝曰 朝廷命令을 尤宜謹重이니 每出一令에 輿人不免謗議하고 或稍抑之면 又塞言路니라 沆曰 人之多言이 固可畏也니이다
경덕景德 원년(1004) 정월 병신일 밤에 경사에 지진이 나고, 계묘일에 다시 지진이 나고, 을사일 밤에 다시 지진이 나서 집이 모두 흔들리고 오랫동안 소리가 나다가 그쳤다.
진종이 재상 이항李沆에게 이르기를, “지도地道는 안정을 귀하게 여기는데 경사는 많은 사람이 모인 곳이거늘 지진이 이와 같으니, 모두 짐이 보고 듣는 것이 밝지 못한 소치이다. 밤낮으로 속으로 반성하여 중외中外의 정사에 감히 마음을 다하지 않겠는가. 다만 명령이 나갔을 때 혹시 왜곡시키는 일이 있을까 염려된다.” 하니, 이항이 머리를 조아리고 자기의 죄라고 하였다.
진종이 이르기를, “조정의 명령을 더욱 신중하게 해야 하니, 매번 하나의 명령을 낼 때마다 사람들이 비방하는 것을 면치 못하고, 혹시 조금 억누르면 언로言路를 막게 된다.” 하니, 이항이 아뢰기를, “사람들이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참으로 두려운 일입니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