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御奉天門하야 與劉基論兵事한대 上曰 克敵在兵이나 而制兵在將하니 兵無節制면 則將不任이요 將非人이면 則兵必敗라 是以로 兩軍之間은 决死生成敗之際니 有精兵이 不如有良將이라하니
基對曰 臣荷聖上厚恩하야 得侍左右라 每觀廟筭에 初謂未必皆然이어늘 及至摧鋒破敵에 動若神明이라 臣由是로 知任將在陛下하니 將之勝은 不若主之勝也라 然臣觀陛下常不拘古法而勝하니 此其所難也니이다
上曰 兵者는 謀也라 因敵制勝이니 豈必泥於古哉리오 朕嘗親當矢石하야 觀戰陣之事하니 開闔奇正이 頃刻變化하야 猶風雲之無常勢라 要在通其變耳니 亦何暇論古法耶아하다
태조가 봉천문奉天門에 행차하여 유기劉基와 함께 군대에 관한 일을 논하였다. 태조가 이르기를, “적을 이기는 것은 군대에 달려 있지만 군대를 제어하는 것은 장수에게 달려 있으니, 군대를 절제節制하지 못하면 장수를 임명할 수 없고 장수가 적임자가 아니면 군대가 반드시 패하게 된다. 이런 까닭에 적군과 아군의 사이는 생사生死와 성패成敗가 결정되는 곳이니, 정예병精銳兵이 있는 것보다는 훌륭한 장수가 있는 편이 훨씬 좋다.” 하니,
유기가 대답하기를, “신은 성상聖上의 두터운 은혜를 입어 곁에서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번 조정의 계획을 볼 때마다 처음에는 반드시 모두 옳다고 여기지 않았는데, 예봉銳鋒을 꺾고 적을 격파할 때에 미쳐서는 움직임이 신명神明과 같았습니다. 신은 이로 말미암아 장수를 임명하는 것이 폐하에게 달려 있으니 장수의 승리가 주상의 승리만 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신이 보건대, 폐하께서는 늘 옛날의 병법에 구애하지 않으면서 승리를 거두었으니, 이것이 어려운 일입니다.” 하였다.
이에 태조가 이르기를, “전쟁은
전술戰術이다. 적의 동태에 따라 승리를 제어하는 것이니, 어찌 옛날의 병법에 얽매일 필요가 있겠는가. 짐이 일찍이 직접 전쟁터에 나아가
전진戰陣의 일을 살펴보니,
군진軍陣을 열고 닫거나
을 쓰는 것이 잠시 만에 변화해서 바람과 구름의 형세가 일정하지 않은 것과 같았다. 그 요체는 변화를 잘 아는 것에 달려 있을 뿐이니, 또한 어느 겨를에 옛날의 병법을 논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