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八月朔에 日當食이어늘 陰雨不見하니 行在禮部尙書胡濙等以爲 卽同不食이니 請率群臣上表賀라한대
上不許하고 勅群臣曰 古者人君所謹은 莫大於天戒요 日食은 又天戒之大者니 惟能修德行政하야 用賢去邪而後에 當食不食이라
朕以菲德으로 嗣承祖宗大統이라 政理未洽하고 民生未遂하야 上累三光하니 祗懼惟甚이라 可比於是歟아
傳不云乎아 君子之過也는 如日月之食焉하야 過也人皆見之하고 更也人皆仰之라하니 今以陰雨不見은 得非朕昧於省過而然歟아
況離明照四方하니 陰雲所蔽有限하야 京師不見이나 四方必有見者어늘 比之不食하니 天可欺歟아
朕尙圖修省하야 以仰答天意니 尙賴爾群臣하야 匡其不逮라 其止勿賀하라하다
8월 초하루에 일식이 있었는데, 구름이 끼고 비가 와서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행재예부상서行在禮部尙書 호형胡濙 등이 말하기를, “이는 일식이 없는 것과 같으니, 청컨대 신하들을 거느리고 표문表文을 올려 하례하고자 합니다.” 하였다.
선종이 윤허하지 않고 신하들을 신칙하기를 “예로부터 군주가 경계해야 할 일은 하늘의 경계[천계天戒]보다 큰 것이 없고, 일식은 또 하늘의 경계 가운데 큰 것이니, 오직 덕을 닦아 정사를 수행하여 어진 이를 임용하고 간사한 자를 내친 뒤에야 일식이 있을 때 일식이 보이지 않는 것을 논할 수 있다.
짐은
박덕薄德한 사람으로
조종祖宗의
대통大統을 계승하였기에
정사政事를 다스리는 도리는 미흡하고 백성의 생계는 안정시키지 못하여
에 누를 끼쳤으니, 매우 조심스럽고 두려울 뿐이다. ‘일식이 없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는가!
라고 ≪
논어論語≫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지금 구름이 끼고 비가 와서 일식이 보이지 않는 것은 짐이 허물을 반성하는 데에 어두워서 그러한 것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은 사방을 비추니, 어두운 구름이 가리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경사京師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사방에는 반드시 드러나는 곳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식이 없는 것’에 비유를 하니, 하늘을 속일 수 있겠는가?
짐은 오히려 몸을 닦고 허물을 반성하여 위로 하늘의 뜻에 답하기를 도모하노니, 오히려 그대 군신群臣에게 의지하여 짐의 부족한 점을 바로잡으려 한다. 그만두고 하례는 행하지 말도록 하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