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月에 上命博士熊鼎하야 編類古人行事可爲鑑戒者하야 書于壁間하고 又命侍臣하야 書大學衍義於兩廡壁間이라
上曰 前代宮室에 多施繪畫나 予用此하야 以備朝夕觀覽이니 豈不愈於丹靑乎아하다
是日有言 瑞州出文石하니 琢之可以甃地라한대 上曰 敦崇儉朴이라도 猶恐習奢어늘 好尙華美면 豈不過侈리오
爾不能以節儉之道事予하고 乃導予以侈麗하니 夫豈予心哉아 但構爲宮室이라도 已覺作者之勞어든 況遠取文石이면 能不厲民乎아하니 言者慙而退라
9월에 태조가
박사博士 에게 명하여 본보기가 되고 경계할 만한
고인古人의 행적을 종류대로 편차하여
벽壁 사이에 적어 넣게 하고, 또
시종신侍從臣에게 명하여 양쪽 처마의 벽 사이에 ≪
대학연의大學衍義≫를 적어 넣게 하였다.
태조가 이르기를, “전대前代의 궁실宮室에는 그림을 그려 넣은 일이 많았지만 나는 이렇게 좋은 글을 적어 넣어 아침저녁으로 살펴보고자 하니, 그렇게 하면 어찌 단청丹靑을 하는 것보다 좋지 않겠는가.” 하였다.
이날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서주瑞州에 문석文石이 나는데 그 돌을 다듬으면 바닥에 깔아 장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였는데, 태조가 이르기를, “검소함을 돈독히 하고 질박함을 숭상하더라도 오히려 사치에 물들까 염려되는데, 화려함을 좋아하고 아름다움을 숭상한다면 어찌 지나치게 사치스럽지 않겠는가.
그대는 절검節儉의 도리로 나를 섬기지 못하고 도리어 사치스럽고 화려한 쪽으로 나를 인도하고 있으니, 대저 그것이 어찌 나의 마음이겠는가. 궁실宮室을 짓는 것만으로도 이미 일하는 백성들의 수고로움을 알겠는데, 더구나 멀리서 문석文石을 채취해온다면 백성들을 괴롭히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하니, 말한 사람이 부끄러워하며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