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主謂宰執曰 朕卽位未半年하야 可行之事甚多어늘 近日全無敷奏라 朕深居九重이라 正賴卿等贊襄하니 各思所長以聞하라 朕豈有倦怠리오
又曰 比聞外議컨대 奏事甚難이라 朕於可行者에 未嘗不從하니 自今敷奏無有隱하라 朕固樂聞之호리라
又曰 卿等當參民間利害와 及時事之可否하야 以時敷奏니 不可公餘에 輒從自便하야 優游而已라
又曰 臣民上書者를 多勅尙書省詳閱이어늘 而不卽具奏라 天下將謂朕徒受其言而不行也라하리니 其亟條具以聞하라
세종이 재상宰相과 집정執政들에게 이르기를, “짐이 즉위한 지 아직 반년이 되지 않아서 시행할 일이 매우 많은데, 근래에 부주敷奏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 짐은 구중궁궐 깊은 곳에 거처하고 있기에 실로 경들의 도움에 의지해야 하니, 각자 자신들이 정통精通하고 있는 사안을 생각하여 보고하도록 하라. 그렇게 한다면 짐이 어찌 게을리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또 이르기를, “근래 외부의 말을 듣건대, 상주上奏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짐은 행할 수 있는 일을 따르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지금부터 부주敷奏할 때 숨기는 일이 없도록 하라. 짐은 실로 즐거운 마음으로 그 말을 듣겠노라.” 하였다.
또 이르기를, “경들은 마땅히 민간民間의 이해利害 및 시사時事의 타당성 여부를 참작하여 수시로 상주上奏해야 할 것이니, 공무의 여가에 문득 자신의 편의를 좇아 한가히 노닐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였다.
또 이르기를, “신하와 백성들이 상서上書하는 내용을 상서성에 여러 번 신칙하여 자세히 살펴보라고 하였는데, 즉시 그 내용을 자세히 갖추어 보고하지 않고 있다. 천하의 사람들이 장차 짐이 한갓 그 말을 받기만 하고 집행하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니, 속히 조목을 갖추어 보고하도록 하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