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御奉天門하야 顧謂侍臣曰 我朝大經大法이 皆太祖高皇帝所立以傳子孫이니라 昨有憸人爲朕言朝廷法太寬하니 非所以爲治어늘 朕已斥之하니 爲治之道는 譬之醫藥이면 有是病則服是藥이라
今朕當守成之日하야 正安養生息之時어늘 乃嚴法爲治하니 此是無病而服藥이라 豈不反有傷乎아
孔子言天地大德曰生이요 聖人大寶曰位오 何以守位요 曰仁이라하시니 何甞謂嚴法也리오
侍臣對曰 皇上奉天法祖하사 一念好生하시니 天下生民之福이라 彼憸人所言은 非皇上聖明이면 豈能辯其非리잇고 書曰 國則罔有用憸人이라하니 政謂此也니이다
上曰 古人云 親賢臣遠小人이라하니 苟不遠之면 必將惑人하리라
태종이 봉천문奉天門에 임어하여 시신侍臣을 돌아보고 이르기를, “우리 나라의 대경대법大經大法은 모두 태조太祖 고황제高皇帝께서 수립하여 자손에게 전한 것이다. 지난번에 어떤 소인小人이 짐에게 조정의 법이 너무 관대하니 그것은 다스리는 방법이 아니라고 하기에 짐이 이미 그를 내쳤다. 다스리는 도는 의약醫藥에 견준다면 이런 병이 있으면 이런 약을 복용하는 것과 같다.
지금 짐이 수성守成하는 때를 만났으므로 바로 백성들을 편안히 기르고 번성하게 해야 하는 때인데 도리어 엄한 법으로 다스리라고 하니, 이는 병이 없는데 약을 복용하는 것이다. 어찌 도리어 상하게 되지 않겠는가.
라고 하였으니, 어찌 일찍이 법을 엄하게 하라고 한 적이 있던가.” 하였다.
시신이 대답하기를, “황상께서 하늘을 받들고
조종祖宗을 본받아
일념一念으로 살리기를 좋아하시니 천하 백성들의 복입니다. 저 소인이 한 말은 황상의
성명聖明한 지혜가 아니면 어찌 그 잘못을 변별하겠습니까.
라고 하였으니, 바로 이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하였다.
태종이 이르기를, “옛사람이 이르기를, ‘어진 신하를 친하게 대하고 소인을 멀리한다.’라고 하였으니, 만약 멀리하지 않으면 반드시 장차 사람을 현혹시킬 것이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