治天下之道는 禮樂二者而已라 若通於禮而不通於樂이면 非所以淑人心而出治道요 達於樂而不達於禮면 非所以振紀綱而立大中이니 必禮樂竝行然後에 治化醇一하리라
或者曰 有禮樂에 不可無政刑이라하니 朕觀刑政二者는 不過輔禮樂爲治耳라 苟爲治를 徒務刑政而遺禮樂이면 在上者雖有威嚴之政이나 必無和平之風이요 在下者雖存苟免之心이나 終無格非之誠하리니
大抵禮樂者는 治平之膏粱이요 刑政者는 救弊之藥石이니 卿等於政事之間에 宜知此意하야 毋徒以禮樂爲虛文也하라
홍무洪武 17년(1384) 여름 5월에 태조가 봉천문奉天門에 임어하여 신하들에게 유시하였다.
“천하를 다스리는 도는 예禮와 낙樂 두 가지일 뿐이다. 만약 예에는 통달하였으나 악에는 통달하지 못하면 사람의 마음을 선하게 하고 다스리는 도를 내는 방법이 아니고, 악에는 통달했으나 예에 통달하지 못하면 기강을 진작시키고 중정中正한 도를 세우는 것이 아니니, 반드시 예와 악이 병행된 뒤에야 정치와 교화가 순수하고 바르게 될 것이다.
혹자는 말하기를, ‘예와 악이 있으면 정치와 형벌이 없어서는 안 된다.’라고 하는데, 짐이 보건대 형벌과 정치 두 가지는 예와 악을 보완하여 다스리는 것에 불과하다. 만약 다스리는데 형벌과 정치에만 힘쓰고 예와 악을 버린다면 위에 있는 자는 비록 위엄의 정치는 있을지언정 화평한 기풍은 결코 없게 되고, 아래에 있는 자는 비록 구차하게 형벌을 면하려는 마음은 있을지언정 끝내 임금의 그릇된 마음을 바로잡으려는 성의는 없을 것이다.
대저 예와 악은 태평하게 다스리는 좋은 음식이고, 형벌과 정치는 폐단을 구제하는 약석藥石이니, 경들은 정치를 할 때에 의당 이 뜻을 알아서 예와 악을 헛된 형식으로만 여기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