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司天監進元主所製水精宮刻漏한대 備極機巧하고 中設二木偶人하야 能按時自擊鉦鼓라
上覽之하고 謂侍臣曰 廢萬幾之務而用心於此하니 所謂作無益害有益也로다
使移此心하야 以治天下면 豈至亡滅이리오하고 命左右碎之하다
사천감司天監에서 원元나라 임금이 제작한 수정궁각루水精宮刻漏를 바쳤는데, 정교한 기계장치가 매우 잘 갖추어져 있었고, 가운데 두 개의 목우인木偶人을 설치하여 시간을 헤아려 스스로 징과 북을 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태조가 그것을 살펴보고 시종신侍從臣에게 이르기를, “임금이 처리해야 할 만기萬幾의 직무를 폐기廢棄한 채 이런 물건에 마음을 썼으니, 이른바 ‘무익한 일을 하여 유익한 일을 해치는 것’과 같은 격이다.
가령 이런 마음을 옮겨 천하를 다스렸다면 어찌 멸망하는 지경에 이르렀겠는가.” 하고, 좌우의 사람들에게 명하여 부숴버리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