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十一月에 上以大內宮殿新成하니 制度不侈로 甚喜하야 因謂侍臣曰 人主嗜好 所繫甚重하니 躬行節儉이면 足以養性이요 崇尙侈靡면 必至喪德이라
朕常念昔居淮右에 頻年飢饉하니 艱於衣食하야 鮮能如意러니 今富有四海하니 何求不遂며 何欲不得이리오 然檢制其心하야 惟恐驕盈하야 不可復制하고 夙夜兢惕하야 弗遑底寧하니
故凡有興作에 必量度再三하야 不獲已而後爲之하고 爲之未嘗過度하며 宮壼之間에 皇后亦能儉以率下하야 躬服浣濯之衣하니 皆非故爲矯飾이라 實恐暴殄天物하며 剝傷民財하야 不敢不謹호라
侍臣對曰 奢侈者는 常情所欲이요 節儉者는 富貴所難이로되 陛下安行節儉하사 無所勉强하시니 誠宜爲萬世子孫之法이로소이다
上曰 節儉二字는 非徒治天下者當守라 治家者亦宜守之니 爾等歲祿有限이로되 而日用無窮하니 費或過度면 何從辦集이리오
侵牟剝削이 皆原于此니 須體朕懷하야 共崇節儉하야 庶幾無悔하라
겨울 11월에 태조가, 대내大內에 궁전이 새로 지어졌는데 규모가 사치스럽지 않으므로 매우 기뻐하여 시신侍臣에게 이르기를, “임금의 기호嗜好는 관계된 바가 매우 중하다. 몸소 절검을 행하면 천성天性을 기를 수 있고, 사치를 숭상하면 반드시 덕을 손상시키는 데에 이른다.
짐은 항상 옛날 회수淮水 오른쪽에서 살 때에 자주 기근이 들어 의식衣食을 얻기가 어려워 뜻대로 되는 것이 적었던 때를 생각한다. 지금은 사해를 소유하는 부를 누리고 있으니 무엇을 구한들 이루지 못하겠으며, 무엇을 하려고 한들 얻지 못하겠는가. 그러나 그 마음을 절제하여 교만해질까 두려워하여 다시 절제하지 않을 수 없고, 밤낮으로 두려워하여 편안히 지내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무릇 공역工役을 하려고 할 때에 반드시 두 번 세 번 헤아려서 부득이한 뒤에야 하였고, 할 때에 법도를 넘은 적이 없었으며, 궁중에서 황후 또한 검소함으로 아랫사람을 통솔하여 직접 세탁한 옷을 입었으니, 이는 모두 고의로 보이기 위해 겉에 꾸민 것이 아니었다. 실로 하늘이 낸 물건을 낭비하고 백성의 재물을 손상시킬까 두려워 감히 삼가지 않을 수 없어서였다.” 하였다.
시신侍臣이 대답하기를, “사치는 보통의 정리상 하려고 하는 것이고 절검은 부귀한 사람이 하기 어려운 것인데, 폐하께서 절검을 자연스럽게 행하시어 억지로 노력하지 않으시니 참으로 만세토록 자손의 법이 되기에 마땅합니다.” 하였다.
태조가 이르기를, “절검 두 글자는 천하를 다스리는 자가 마땅히 지켜야 할 뿐만 아니라 집을 다스리는 자 또한 마땅히 지켜야 할 것이다. 그대들은 받는 녹봉이 한계가 있는데 날마다 쓰는 것은 한이 없으니, 쓰는 것이 혹 과도하면 그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겠는가.
백성들에게 가렴주구苛斂誅求를 하는 것이 모두 여기에서 근원하니, 짐의 마음을 본받아 함께 절검을 숭상하면 후회가 없게 될 것이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