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主幸東宮하야 謂太子曰 吾兒在儲貳之位하니 朕爲汝措天下하야 當無復有經營之事라 汝惟無忘祖宗純厚之風하야 以勤修道德爲孝하고 明信賞罰爲治而已라
昔唐太宗謂其子高宗曰 吾伐高麗不克終하니 汝可繼之라하니 如此之事는 朕不以遺汝하노라
如遼之海濱王은 以國人愛其子로 嫉而殺之하니 此何理也오 子爲衆愛는 愈爲美事어늘 所爲若此하니 安有不亡이리오
唐太宗이 又嘗謂高宗曰 爾於李勣無恩이라 今以事出之하니 我死어든 宜卽授以僕射면 彼必致死力矣리라하니
君人者가 焉用僞爲리오 受恩於父면 安有忘報於子者乎아 朕御臣下에 惟以誠實耳니라
세종이 동궁에 행차하여 태자에게 이르기를, “내 아이가 황태자의 지위에 있으니, 짐은 너를 위해 천하를 다스려 마땅히 더 이상 네가 경영할 일을 남겨놓지 않을 것이다. 너는 오직 조종祖宗의 순후한 기풍을 잊지 말아서 도덕을 부지런히 수양하는 것을 효孝로 삼고 상벌賞罰을 드러내어 신의를 줌을 다스림으로 삼아야 할 뿐이다.
옛날 당唐 태종太宗은 그 아들 고종高宗에게 이르기를, ‘내가 고구려高句麗를 정벌하여 그 일을 다 마치지 못했으니, 네가 이 일을 이어받아야 할 것이다.’ 하였으니, 이와 같은 일은 짐이 너에게 남겨주지 않을 것이다.
또 요遼나라 해빈왕海濱王 같은 사람은 나라 사람들이 그 아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시기하여 아들을 죽였으니, 이것은 무슨 이치란 말인가. 아들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은 더욱 아름다운 일인데 이와 같은 일을 하였으니, 어찌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 태종이 또 일찍이 고종에게 이르기를, ‘너는
에게 은혜를 베푼 적이 없다. 〈그러므로 네가 그에게 은혜를 베풀게 하기 위해〉 지금 나는 일을 구실로 그를
폄출貶黜하려 하니, 내가 죽은 뒤에 너는 즉시 그를
복야僕射에 제수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는 반드시 너에게 죽을힘을 바칠 것이다.’ 하였으니, 군주 된 사람이 어찌 거짓으로 신하를 다스릴 수 있단 말인가.
아버지에게 은혜를 받으면 어찌 그 아들에게 보답하기를 잊는 사람이 있겠는가. 짐은 신하들을 다스림에 오직 성실함으로 대할 따름이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