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時에 臣竊以王爲過堯舜은 非直敢諛也로소이다 堯舜病에 且其民未至爲之禱也어니와 今王病에 而民以牛禱하고 病愈에 殺牛塞禱어늘 今乃訾其里正與伍老屯二甲하시니 臣竊怪之하노이다
王曰 子何故不知於此오 彼民之所以爲我用者는 非以吾愛之爲我用者也라 以吾勢之爲我用者也니라
吾釋勢與民相收하야 若是인댄 吾適不愛而民因不爲我用也라 故遂絶愛道也니라
注
○先愼曰 乾道本에 釋勢作適勢라 顧廣圻云 吾適勢句絶이요 與民相收若是句絶이라 吾適不愛의 不字는 當衍이라 而民因不爲我用也의 因은 當作固라
此以適世適愛相對라 藏本今本에 勢上適字作釋이니 非라
上文云 彼民之所以爲我用者는 非以吾愛之爲我用者也라 以吾勢之爲我用者也라하니 是言君民之間은 本是以勢相制하니 若釋勢而用愛면 則吾適有不愛에 民遂不爲我用矣라 故不如絶愛道爲得也라
文義本甚分明이어늘 因釋適聲近하고 又涉下句有適字라 故乾道本에 誤爲適勢니 顧氏謂適勢適愛相對는 非是라
염알閻遏과 공손연公孫衍은 부끄러워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몇 달이 지나 왕이 술을 마시며 한창 주흥이 올랐을 적에 염알과 공손연이 왕에게 아뢰었다.
“이전에 신들이 왕께서 요堯임금이나 순舜임금보다 낫다고 한 것은 감히 아첨하려고 한 것만은 아닙니다. 요堯임금이나 순舜임금이 병에 걸렸을 때도 그 백성들이 임금을 위해 기도를 올린 적은 없었거니와, 지금 왕이 병에 걸리자 백성들이 소를 바쳐 기도하고 병이 낫자 소를 잡아 기도를 들어준 데 보답하였는데, 지금 그 이정里正과 오로伍老에게 갑옷 두 벌을 바치게 하셨으니, 신들은 속으로 괴이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왕이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어찌하여 이를 알지 못하는가? 저 백성들이 나에게 쓰이는 것은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고 해서 나에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나의 권세 때문에 나에게 쓰이는 것이다.
내가 권세를 버리고 백성들과 함께 〈권세를〉 가지고서 그렇게 나라를 다스린다면, 내가 마침 사랑하지 않는 일이 있을 경우에는 백성들도 이를 빌미로 나에게 쓰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마침내 사랑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을 끊은 것이다.”
注
○왕선신王先愼:건도본乾道本에 ‘석세釋勢’가 ‘적세適勢’로 되어 있다. 고광기顧廣圻는 “‘오적세吾適勢’에 구句를 끊고 ‘여민상수약시與民相收若是’에 구句를 끊는다. ‘오적불애吾適不愛’의 ‘부不’자는 응당 연문衍文이 되어야 한다. ‘이민곤불빈아용야而民因不爲我用也’의 ‘인因’은 ‘고固’자가 되어야 한다.
이 문장은 ‘적세適勢’와 ‘적애適愛’가 서로 대를 이룬다. 장본藏本과 금본今本에 ‘세勢’ 위의 ‘적適’자가 ‘석釋’으로 되어 있는데, 잘못되었다.”라고 하였다.
유월兪樾은 “장본藏本에 ‘오석세여민상수吾釋勢與民相收’로 되어 있으니, 마땅히 이를 따라야 한다.
윗글에 ‘피민지소이위아용자彼民之所以爲我用者 비이오애지위아용자야非以吾愛之爲我用者也 이오세지위아용자야以吾勢之爲我用者也’라고 하였으니, 이것은 군주와 신하 사이는 본래 권세로 제어하는 법이니, 만약 권세를 버리고 사랑을 베푼다면 내가 마침 사랑을 베풀지 않을 경우에 백성들도 마침내 나를 위해 쓰이지 않을 것이므로 사랑으로 다스리는 방법을 끊는 것이 타당함만 못함을 말한 것이다.
문의文義가 본래 매우 분명한데 ‘석釋’과 ‘적適’의 성음이 비슷하고, 또 아래 구에 있는 ‘적適’자에 연관된 까닭에 건도본乾道本에 ‘적세適勢’로 잘못된 것이다. 고씨顧氏가 ‘적세適勢’와 ‘적애適愛’가 서로 대가 된다고 말한 것은 옳지 않다.”라고 하였다.
내가 살펴보건대 유씨兪氏의 설이 옳으니, 장본藏本을 따라 고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