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7 故曰 盜名不如盜貨니 田仲史鰌不如盜也니라
注
不食兄祿하며 辭富貴하고 爲人灌園하니 號曰於陵仲子라
郝懿行曰 陳仲之廉과 史鰌之直은 雖未必合於中行이나 衡之末俗이면 固可以激濁流揚淸波라
夫名生於不足하고 盜生於有欲하니 盜不可有나 名不可無라
程子有言 古之學者爲己러니 今之學者爲人하고 古之仕者爲人이러니 今之仕者爲己라하니
推此而論컨대 夫苟行以實心이면 錢穀兵刑이 何非爲己며 假令心本近名이면 割股廬墓 豈非爲人이리오
然則荀卿此論은 蓋欲鍼砭於流俗이요 而非持論於衡平矣라
그러므로 ‘명예를 훔치는 것은 재물을 훔치는 것만 못하다.’고 말하는 것이니, 전중田仲이나 사추史鰌는 도둑만도 못하다.
注
양경주楊倞注 : 전중田仲은 제齊나라 사람이니, 오릉於陵에 머물러 살았다.
형이 받은 봉록을 먹지 않았으며 부귀를 사양하고 남을 위해 채소밭에 물을 대는 일을 하였는데, 호를 ‘오릉중자於陵仲子’라 하였다.
사추史鰌는 위衛나라 대부大夫이니, 자는 자어子魚이다.
○ 노문초盧文弨 : ‘전田’과 ‘진陳’은 옛날에 흔히 통용하였다.
학의행郝懿行 : 진중陳仲의 청렴함과 사추史鰌의 곧음은, 비록 반드시 중도中道에 부합되지는 못하더라도 말세의 타락한 풍속에 견주어보면 사실 탁한 물을 흘려보내고 맑은 물을 끌어들일 만하다.
순자荀子의 이 논변은 어쩌면 지나친 점이 없지 않겠는가.
대체로 명예욕은 부족한 데서 나오고 도적질은 욕심에서 나오는데, 도적질은 있어서는 안 되지만 명예는 없을 수 없다.
정자程子가 “옛날 학자는 자기를 위해 학문을 했는데 오늘날 학자는 남을 위해 학문을 하고, 옛날 벼슬하는 자는 남을 위해 벼슬했는데 오늘날 벼슬하는 자는 자기를 위해 벼슬한다.”라고 한 말이 있다.
이 뜻을 확대해 논해볼 때, 만약 성실한 마음으로 행한다면 화폐와 곡물, 군대와 제도 등에 관한 정사가 어찌 자기의 봉사하는 마음을 다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으며, 가령 마음이 본디 명예를 얻는 데에 가깝다면 다리 살을 베고 시묘侍墓하는 효행이 어찌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순경荀卿의 이 논변은 대체로 타락한 풍속을 경계하여 바로잡기 위한 것이지 일의 경중을 따져 공정한 길을 견지하자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