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
양경주楊倞注 : ‘점漸’은 ‘진進’자의 뜻이니, 이익을 탐내어 멈출 줄 모르는 것을 말한다.
○ 학의행郝懿行 : ‘점漸’은 ‘잠潛’자와 같다.
여기서는 소인이, 지혜로울 때는 남의 것을 강탈하면서 그 사실을 깊이 숨겨 감히 드러내지 않고 어리석을 때는 남을 해쳐 혼란을 야기하면서 두려워할 줄 모르는 것을 말한 것이니, 말의 의미가 매우 분명하다.
《순자荀子》에는 ‘점漸’을 ‘잠潛’의 뜻으로 말한 부분이 많은데도 양씨楊氏가 그것을 몰라 으레 ‘점漸’은 ‘진進’자의 뜻이라고 풀이하고 그것이 타당한지 여부를 돌아보지 않았으며, 이곳의 주 또한 ‘점漸’은 ‘진進’자의 뜻이라고 하였으니, 뜻이 통하기 어렵다.
소인의 지혜는 남의 것을 강탈하고 훔치는 것일 뿐이며 남을 속이는 것일 뿐이다.
〈
의병편議兵篇〉에 “
초근모선招近募選 융예사隆埶詐 상공리尙功利 시점지야是漸之也(유혹하여 영접하고 재물을 미끼로 모집하고 선발하여 권모술수를 중시하고 공적과 이익을 숭상하니, 이는 병사들을 속이는 것이다.)”라고 하고, 〈
정론편正論篇〉에 “
상유험즉하점사의上幽險則下漸詐矣(군주가 음침하고 사악하면 아랫사람이 속임수를 부린다.)”라고 하였으니,
注+양경楊倞은 ‘점漸’의 뜻을 ‘진進’이라 하고, 또 점점 젖어든다는 ‘침지浸漬’의 뜻이라고도 한다 하였으니, 이는 모두 잘못된 것이다. 그 뜻은 모두 이곳과 동일하다.
《
서경書經》 〈
여형呂刑〉에 “
민흥서점民興胥漸(三苗의 백성들이 일어나 서로 속인다.)”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어린 백성들이 한창 일어나 자기들끼리 서로 속이는 것을 말한 것이다.
注+《서전書傳》에 ‘점漸’을 점점 변화한다는 ‘점화漸化’의 뜻으로 풀이하였으니, 잘못된 것이다. 이에 관한 내용은 《경의술문經義述聞》에 보인다.
《
장자莊子》 〈
거협편胠篋篇〉에 “
지사점독知詐漸毒(꾀를 부려 속임수를 행하여 사람들에게 해를 입힌다.)”이라고 하였으니,
注+이이李頤는 ‘점漸’을 점점 젖어든다는 ‘점지漸漬’의 뜻이라고 하였으니, 잘못된 것이다. 이는 모두 옛사람이 ‘
사詐(거짓)’자의 뜻을 ‘
점漸’으로 표기한 증거이다.
그런데 풀이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 사실을 살펴보지 못하고, 글자만 보고 대강 뜻을 짐작하니 예부터 전해오던 참뜻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