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
凡與人言에 然諾不欺하니 此蓋游俠之流 盜名於世라
僖九年左傳曰 東略之不知나 西則否矣라하고 晉語曰 華則榮矣나 實之不知라하니 之도 亦則也라
言雖上不足以順明主하고 下不足以和齊百姓이나 然而口舌則調均하고 噡唯則中節이라 故下文云 足以爲奇偉偃卻之屬也라하니라
凡從言之字는 亦得從口하니 如詠之爲咏하고 謮之爲嘖이 是也라
先謙案 說文에 詹은 多言也라하고 莊子齊物論에 小言詹詹이라하니 釋文引李頤注 詹詹은 小辯之貌라하니라
衆經音義十二引埤蒼云 譫은 多言也라하니 從言之字或從口라
그를 임용하여 일을 시켜보면 속임수가 많아 어떤 성과도 없어, 위로는 현명한 군주를 따라 섬기지 못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화합시키지 못하지만, 그러면서도 말이 조화를 이루고 긴 말이건 짧은 말이건 법도에 들어맞아
注
양경주楊倞注 : 이는 입으로 말재주를 부리는 것을 이른다.
‘첨유칙절噡唯則節’ 네 글자는 그 뜻을 알 수 없다.
어쩌면 글자가 남거나 모자라는 착오가 있을 것이다.
○ 노문초盧文弨 : 본문의 ‘균均’은 송본宋本에 ‘어於’로 되어 있다.
학의행郝懿行 : ‘균均’은 마땅히 송본宋本을 따라 ‘어於’가 되어야 한다.
‘첨유噡唯’는 응답이란 뜻의 ‘유락唯諾’과 같다.
대체로 다른 사람과 말할 적에 한번 그렇게 하겠다고 허락한 것은 속이지 않으니, 이는 협객의 부류로서 세상에 이름을 훔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간사한 사람 가운데 우두머리라고 말할 수 있다.
성군이 한번 일어난다면 맨 먼저 주벌할 대상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희공僖公 9년에 “동략지부지東略之不知 서즉부의西則否矣(동쪽을 침략하는 것은 혹시 그럴지 모르나, 서쪽을 침략한다는 것은 그럴 수 없다.)”라고 하고, 《국어國語》 〈진어晉語〉에 “화즉영의華則榮矣 실지부지實之不知(겉모습은 말쑥하나 내실이 어떤지는 모르겠다.)”라고 하였으니, ‘지之’자 또한 ‘즉則’자이다.
이는 호문互文일 뿐이니, 이에 관한 설명은 왕인지王引之의 《경전석사經傳釋詞》에 보인다.
‘구설지균口舌之均’과 ‘첨유칙절噡唯則節’은 짝을 맞춰 글을 이룬 것이다.
《시경詩經》 〈황황자화편皇皇者華篇〉의 《모전毛傳》에 “‘균均’은 ‘조調(고르다)’자의 뜻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위로는 비록 현명한 군주를 따라 섬기지 못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화합시키지 못하지만, 그러면서도 말이 조화를 이루고 긴 말이건 짧은 말이건 법도에 들어맞는다.”고 말했기 때문에, 아래 글에 “충분히 스스로 과장되고 교만한 태도를 연출하는 무리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첨噡’자는 아마도 ‘낙諾’자가 잘못된 듯하다.
일반적으로 ‘언言’이 붙는 글자는 ‘구口’가 붙기도 하니, 이를테면 ‘영詠’이 ‘영咏’으로 되고, ‘책謮’이 ‘책嘖’으로 되는 경우가 그렇다.
통속적인 서체에서 ‘낙諾’자를 간혹 ‘야喏’으로 쓰기도 하니, 이 때문에 잘못되어 ‘첨噡’이 되었을 것이다.
선겸안先謙案 :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첨詹’은 말이 많다는 뜻이다.”라고 하고,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소언첨첨小言詹詹(하찮은 말은 잔소리가 끝이 없다.)”이라고 하였는데, 《경전석문經典釋文》에서 이이李頤의 말을 인용한 주에 “‘첨첨詹詹’은 잔소리를 하는 모양이다.”라고 하였다.
세속에서는 ‘첨詹’에 ‘언言’을 붙여 ‘섬譫’으로 쓴다.
《중경음의衆經音義》 권12에 《비창埤蒼》을 인용하여 “‘섬譫’은 말이 많다는 뜻이다.”라고 하였으니, ‘언言’이 붙는 글자가 간혹 ‘구口’가 붙기도 한다.
그러므로 ‘섬譫’이 또 ‘첨噡’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첨유칙절噡唯則節’이란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혹은 간단하게 말하거나 간에 모두 법도에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그 뜻이 본디 분명하니 글자를 일부러 고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