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
言雨雪瀌瀌然이나 見日氣而自消니 喩欲爲善則惡自淸矣라
幽王曾莫肯下隨於人이라가 用此居處斂其驕慢之過也라
○ 郝懿行曰 毛詩本出荀卿하니 荀所引詩多與毛合이라
毛詩 見晛曰消라하고 韓詩 曣晛聿消라하니 毛云 晛은 日氣也라하고 韓云 曣晛은 日出也라하여 二說義相成이라
廣雅釋詁에 曣㬗은 煗也라하고 段氏玉裁說文注云 荀卿引詩作宴然하니 即曣㬗也라
聿曰二字는 古亦假借通用하니 荀引詩與韓毛本無不合也라
毛詩傳自荀卿하니 今推荀義以補毛傳은 義或當然이라
先謙案 此詩毛作見晛하고 韓作曣晛하고 魯作宴然이라
漢書劉向傳에 引詩 雨雪麃麃나 見晛聿消라하니 顔注에 見은 無雲也라
據說文컨대 㬫은 夝無雲也라하고 晛은 日見也라하고 依顔注컨대 是劉向引詩見正作㬫하니 顔所見本不誤요 後人妄改作見耳라
玉篇廣韻皆云晛㬗二形하여 同韓之曣晛하니 即魯之曣㬗耳라
荀書引詩異毛者
는 皆
義
어늘 而郝氏強爲毛傅合
하니 失之遠矣
라
注
양경주楊倞注 : ‘시詩’는 〈소아小雅 각궁角弓〉편이다.
지금 《시경詩經》에는 ‘현현왈소見晛曰消’로 되어 있다.
‘연연宴然’으로 되어 있는 이유는 소리로 인해 잘못된 것일 뿐이다.
‘누屢’는 ‘누婁’로 읽어야 하니, ‘누婁’는 거둔다는 뜻이다.
흰 눈이 펄펄 내려 쌓이더라도 햇빛만 비추면 절로 녹아버린다는 것을 말한 것으로, 선善을 하려고 마음먹으면 악惡은 절로 사라짐을 비유한 것이다.
유왕幽王이 일찍이 아래 백성들의 마음을 따르려 하지 않다가 〈곤경에 처하자〉 이로 인해 평소에 그 교만했던 잘못을 수렴했다는 것이다.
○ 학의행郝懿行 : 《모시毛詩》는 본디 순경荀卿에게서 나온 것이므로, 순경荀卿이 인용한 시는 《모시毛詩》와 부합된 경우가 많다.
《모시毛詩》에는 ‘현현왈소見晛曰消’라 하고 《한시외전韓詩外傳》에는 ‘연현율소曣晛聿消’라 하였는데, 모형毛亨은 “‘현晛’은 햇빛이다.”라고 하고 한영韓嬰은 “‘연현曣晛’은 해가 떠오른 것이다.”라고 하여, 두 설이 그 뜻을 서로 보완하고 있다.
《광아廣雅》 〈석고釋詁〉에 “연曣과 㬗은 따뜻하다는 뜻이다.”라고 하고, 단옥재段玉裁의 《설문해자주說文解字注》에 “순경荀卿이 인용한 《시경詩經》은 ‘연연宴然’으로 되어 있으니, 곧 ‘연曣㬗’이다.
연宴‧안晏‧연曣은 옛날에 통용하였다.”라고 하였다.
《옥편玉篇》에는 “‘㬗’은 ‘연晛’과 같다.”라고 하였으니, 단씨段氏의 설과 같다.
그렇다면 《모시毛詩》의 ‘현현見晛’의 ‘현見’은 마땅히 ‘현現’으로 읽어야 한다.
‘현現’과 ‘연宴’은 쌍성雙聲이고, ‘연肰’과 ‘현晛’은 첩운疊韻으로 이 또한 쌍성雙聲을 겸하고 있으니, 모두 음이 서로 가까워 가차假借한 글자일 뿐이다.
‘율왈聿曰’ 두 자는 옛날에 이것도 가차假借하여 통용하였으니, 순경荀卿이 인용한 《시경詩經》은 한씨韓氏‧모씨毛氏의 본과 부합되지 않은 게 없다.
‘하수下隧’는 《모시毛詩》에 ‘하유下遺’로 되어 있다.
옛날에는 ‘유遺’와 ‘수隧’를 읽을 때 음이 같았고 그것을 ‘수旞’자처럼 읽었는데, 혹 ‘𣄧’로 표기하기도 한다.
이에 관해서는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보이니, 증명할 수 있다.
‘수隧’와 ‘대隊’는 동일한 것으로, ‘대隊’와 ‘추墜’는 고금의 시대에 따라 달리 쓰는 글자이다.
‘하수下隧’란 소인이 아래로 내려가고 뒤로 물러나려고 하지 않는 것을 말한 것이다.
쌓인 눈의 경우는 해가 뜨면 녹아 사라지는데도 소인이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앉아 계속 아랫사람들에게 교만을 부린다는 것이다.
‘누屢’는 마땅히 ‘누婁’가 되어야 하니, ‘누婁’란 ‘극亟(자주)’의 뜻이며 ‘삭數(자주)’자의 뜻이다.
《모시毛詩》는 순경荀卿으로부터 전수받았으니, 지금 순경荀卿의 뜻을 미루어 《모전毛傳》을 보완하는 것은 그 의도가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정전鄭箋》에 “‘유遺’는 ‘수隨’자로 읽어야 한다.
‘누婁’는 거둔다는 뜻이다.”라고 하여 모씨毛氏와는 다르니, 이것을 가져와 《순자荀子》를 풀이할 수는 없다.
선겸안先謙案 : 이 시는 《모시毛詩》에는 ‘현현見晛’으로 되어 있고, 《한시韓詩》에는 ‘연현曣晛’으로 되어 있으며, 《노시魯詩》에는 ‘연연宴然’으로 되어 있다.
‘연연宴然’은 ‘연연曣㬗’을 간단하게 쓴 글이니, ‘연宴’과 ‘연燕’은 옛글에 통용하였다.
《광아廣雅》에 “‘연曣’과 ‘㬗’은 따뜻하다는 뜻이다.”라고 하였으니, 곧 《노시魯詩》의 뜻을 반영한 것이다.
《한서漢書》 〈유향전劉向傳〉에 《시경詩經》의 “우설포포雨雪麃麃 현현율소見晛聿消(눈꽃이 온 하늘에 펄펄 날려도 햇빛 한번 비추면 녹아버리네.)”를 인용하였는데, 안사고顔師古의 주에 “‘견見’은 구름이 없다는 뜻이다.
‘현晛’은 햇빛이다.”라고 하였으나, 살펴보건대, ‘견見’자는 그 뜻이 구름이 없다는 것이 될 수 없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의하면 “‘㬫’은 별이 보이고 구름이 없다는 뜻이다.”라고 하고, “‘현晛’은 해가 나타났다는 뜻이다.”라고 하였으며, 안씨顔氏의 주에 의하면 유향劉向이 인용한 시의 ‘견見’자는 올바르게 ‘연㬫’으로 되어 있었으니, 안씨顔氏가 본 판본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후세 사람이 함부로 ‘견見’자로 바꾼 것일 뿐이다.
유향劉向은 《노시魯詩》를 따랐다는 것을 이것으로 더욱 증명할 수 있다.
《옥편玉篇》과 《광운廣韻》에 모두 ‘현晛’과 ‘연㬗’ 두 자가 나란히 보여 《한시韓詩》의 ‘연현曣晛’과 동일하니, 이는 곧 《노시魯詩》의 ‘연연曣㬗’과 같은 것일 뿐이다.
‘포麃’는 ‘표瀌’를 간단히 줄여 쓴 글자이다.
‘누屢’와 ‘누婁’는 고금의 글자가 다른 것이다.
순자荀子가 《시경詩經》을 부구백浮丘伯에게 전수하고, 부구백浮丘伯은 신공申公에게 전수하였으니, 《노시魯詩》의 조상이다.
《순자荀子》에 인용된 《시경詩經》이 《모시毛詩》와 다른 것들은 모두 삼가시三家詩의 뜻인데도 학씨郝氏가 무리하게 《모시毛詩》와 부합시켰으니, 매우 잘못되었다.
나머지는 내가 편찬한 《삼가시의소三家詩義疏》에 자세히 설명했으므로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