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감정이란 매우 좋지 못한 것인데, 또 어찌 물으십니까. 처자식이 생기면 어버이에 대한 효심孝心이 감소하고, 좋아하고 즐기려는 욕심이 충족되면 친구에 대한 신의信義가 감소하고, 작위와 봉록이 만족스러우면 군주에 대한 충성忠誠이 감소하는 법입니다.
注
양경주楊倞注:이것을 인용하여 본성이 악하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한시랑韓侍郎(한유韓愈)이 〈원성原性〉을 지었는데 다음과 같다.
“본성이란 출생과 함께 생긴 것이고, 감정이란 사물과 접촉하여 생겨나는 것이다.
본성의 등급은 세 가지가 있고 그 본성을 구성하는 내용은 다섯 가지이며, 감정의 등급은 세 가지가 있고 그 감정을 구성하는 내용은 일곱 가지이다. 그것은 무엇인가?
본성의 등급은 상上․중中․하下 세 가지가 있다. 상등上等에 속한 사람은 완전히 선할 뿐이고, 중등中等에 속한 사람은 인도하는 과정을 통하여 〈그 덕을〉 향상시키거나 후퇴하게 할 수도 있으며, 하등下等에 속한 사람은 완전히 악할 뿐이다.
본성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다섯 가지가 있으니, 인仁․예禮․신信․의義․지智이다.
상등上等에 속한 사람은 이 다섯 가지 덕 가운데 하나의 덕이 주체가 되어 나머지 네 가지 덕과 두루 소통하고,
중등中等에 속한 사람은 이 다섯 가지 덕 가운데 하나의 덕이 조금 갖춰졌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 덕의 본질과 조금 상반되어 나머지 네 가지 덕도 〈선善과 오惡이〉 뒤섞여 있고,
하등下等에 속한 사람은 다섯 가지 덕 가운데 하나의 덕이 그 덕의 본질과 완전히 상반되어 나머지 네 가지 덕도 그 본질과 어긋난다. 본성이 감정에 대해 영향을 끼쳐 그 등급이 같다.
감정의 등급은 상上․중中․하下 세 가지가 있고 감정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일곱 가지가 있으니, 희喜․노怒․애哀․구懼․애愛․오惡․욕欲이다.
상등上等에 속한 사람은 일곱 가지 감정에 있어 항상 그 중中을 견지하고, 중등中等에 속한 사람은 일곱 가지 감정에 있어 지나친 것도 있고 미치지 못한 것도 있지만 그 중中에 부합하기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하등下等에 속한 사람은 일곱 가지 감정에 있어 미치지 못하거나 지나쳐 감정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다. 감정도 본성에 대해 영향을 끼쳐 그 등급이 같다.
맹자孟子는 본성에 관해 논하기를 ‘사람의 본성은 선하다.’라 하고, 순자荀子는 본성에 관해 논하기를 ‘사람의 본성은 악하다.’라 하고, 양자揚子는 본성에 관해 논하기를 ‘사람의 본성은 선과 악이 섞여 있다.’고 하였다.
대체로 처음 본성은 선하지만 악한 쪽으로 나아간다는 말과, 처음 본성은 악하지만 선한 쪽으로 나아간다는 말과,
처음 본성은 선과 악이 섞여 있지만 나중에는 아예 선하거나 악해진다는 말은 모두 중등中等만 거론하고 그 상등上等과 하등下等을 빠뜨렸으니, 하나를 얻고 그 둘을 잃은 것이다.
숙어叔魚가 태어났을 때 그의 어머니가 그의 용모를 보고 장래에 반드시 뇌물을 받은 일로 인해 죽을 줄을 알았고,
양식아楊食我가 태어났을 때 숙향叔向의 어머니가 그의 울음소리를 듣고서 반드시 장래에 이 아이로 인해 일족이 몰살될 줄을 알았으며,
월초越椒가 태어났을 때 자문子文이 크게 슬퍼하면서 약오씨若敖氏의 조상이 제사를 받아먹지 못할 것을 알았으니, 사람의 본성이 과연 선하다 하겠는가.
후직后稷이 태어날 때 그의 어머니가 고통이 없었고 처음 기어 다닐 때 철이 들고 총명하였으며,
문왕文王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어머니를 근심하게 하지 않았고 태어난 뒤에 부부傅父를 수고롭게 하지 않았고 글을 배울 때 스승을 번거롭게 하지 않았으니, 사람의 본성이 과연 악하다 하겠는가.
요堯의 아들 단주丹朱와 순舜의 아들 상균商均과 문왕文王의 아들 관숙管叔․채숙蔡叔은 그들이 가까이 접한 사람이 선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는데도 끝내 간악한 사람이 되었고,
고수瞽叟(고수瞽瞍)의 아들 순舜과 곤鮌(곤鯀)의 아들 우禹는 가까이 접한 사람이 악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는데도 끝내 성인聖人이 되었으니, 사람의 본성이 선과 악이 과연 섞여 있다고 하겠는가.
그러므로 ‘저 세 사람이 본성에 관해 말한 것은 중등中等만 거론하고 그 상등上等과 하등下等을 빠뜨렸으니, 하나를 얻고 그 둘을 잃은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
어떤 사람이 묻기를 ‘그렇다면 본성이 상등上等과 하등下等에 속한 사람은 끝내 변할 수 없는 것인가?’라 하기에,
답하기를 ‘상등上等에 속한 사람은 배우는 과정을 통해 사리에 더욱 밝아지고, 하등下等에 속한 사람은 권위를 두려워하여 범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므로 상등上等인 사람은 배울 수 있고 하등下等인 사람은 제약할 수 있으니, 그 등급에 속한 사람은 공자孔子가 변하지 않는다고 하였다.’라 하였다.
또 묻기를 ‘오늘날 본성에 관해 논하는 사람들의 말이 이와 다른 것은 어째서인가?’라 하기에,
답하기를 ‘오늘날 본성에 관해 논하는 자들은 도가道家와 불가佛家의 주장을 섞어 말한다. 도가와 불가의 주장을 섞어 말하는 사람은 무슨 말인들 다르지 않겠는가.’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