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
戰國策에 謂趙王曰 秦與韓爲上交면 秦禍案移於梁矣요 秦與梁爲上交면 秦禍案攘於趙矣리라하고
呂氏春秋에 吳起謂商文曰 今置質爲臣이면 其主安重하고 釋璽辭官이면 其主安輕이라하니
言既不能好其人하며 又不能隆禮하고 直學雜說順詩書而已니 豈免爲陋乎아하니라
謂陋儒但能幖志順讀詩書하여 末世窮年토록 不知理解也라
今本竝出識志二字者는 校書者旁記識字어늘 而寫者因誤入正文耳라
學雜志順詩書는 皆三字爲句니 多一識字면 則重複而累於詞矣라
楊注本作雜志는 謂雜記之書와 百家之說이라하여늘 今作雜識志는 謂雜志記之書와 百家之說이라하니 皆後人據已誤之正文加之라
下注云 直學雜說하고 順詩書而已라하니 文義甚明하여 足正後人竄改之謬라
此云 安特將學雜志하고 順詩書는 猶解蔽篇云 案直將治怪說하고 玩奇辭也라
荀書用安案字는 或爲語詞하고 或作則字用하니 其用則字亦然이라
彊國篇云 秦使左案左
하고 使右案右
는注+使楚也라 謂使左則左
하고 使右則右也
요
臣道篇云 是案曰是하고 非案曰非는 謂是則曰是하고 非則曰非也요
正論篇云 暴國獨侈
면 安能誅之
는注+能字衍이라 謂暴國獨侈則誅之也
요
又云 今子宋子案不然은 謂子宋子則不然也요 解蔽篇云 學者以聖王爲師면 案以聖王之制爲法은 謂以聖王爲師면 則以聖制爲法也라
富國篇則案以爲利也와 仲尼篇云 至於成王이면 則安以無誅已와
大略篇云 至成康則案無誅已와 臣道篇云 凡人非賢則案不肖也는
彊國篇云 是何也 則小事之至也數과 又云 是何也 則其殆無儒邪와 天論篇生於今而志乎古는 則是其在我者也 數則字語詞로 則亦猶安案也라
注
양경주楊倞注 : ‘안安’은 어조사이니 ‘이에’라는 뜻이 있는 ‘억抑’이라고 말한 것과 같다.
‘억抑’을 혹은 ‘안安’으로도 쓰고 혹은 ‘안案’으로도 쓰는데 《순자荀子》에는 이 ‘안安’자를 많이 사용하였다.
《예기禮記》 〈삼년문三年問〉에는 ‘언焉’으로 되어 있다.
《전국책戰國策》 〈조책趙策〉에 “〈어떤 사람이〉 조왕趙王에게 말하기를 ‘진秦나라와 한韓나라가 우호관계를 맺으면 진秦나라의 병화兵禍가 이에 양梁나라로 옮겨갈 것이고[秦禍案移於梁矣], 진秦나라와 양梁나라가 우호관계를 맺으면 진秦나라의 병화兵禍가 이에 조趙나라로 밀려올 것입니다.[秦禍案攘於趙矣]’ 했다.”라고 하였고,
《여씨춘추呂氏春秋》 〈집일편執一篇〉에 “오기吳起가 상문商文에게 ‘지금 만약 군주에게 몸을 바쳐 신하가 되었을 때 그 군주의 지위가 이에 존귀해지고[其主安重] 만약 관인官印을 반납하고 관직을 떠났을 때 그 군주의 지위가 이에 경미해진다면[其主安輕]…….’ 했다.”라고 하였는데,
대체로 당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안安’을 어조사로 사용하였거나 혹은 방언方言이었을 것이다.
‘특特’은 ‘다만’이란 뜻이 있는 ‘직直’이라고 말한 것과 같다.
‘잡식지雜識志’는 잡다하게 기록된 글과 백가百家의 설을 말한다.
이미 그 사람을 좋아하지 못하고 또 예의禮義를 존중하지도 못하면서 다만 잡다한 설을 배우고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의 문구만 따라가며 읽을 뿐이니, 어찌 고루한 유생이 되고 마는 것을 면하겠느냐는 것을 말한다.
곧 변화하여 잘 적응할 줄 모르는 것을 말한 것이다.
○ 학의행郝懿行 : ‘안安’은 ‘연然’자, ‘언焉’자와 같다.
‘특特’은 ‘직直’의 뜻이니 ‘단但’이라고 말한 것과 같다.
‘학잡식學雜識’란, ‘지識’는 ‘기록하다’라는 뜻의 ‘기記’와 같으니 이른바 ‘기록이 추잡하고 그 범위가 넓다.’는 것이다.
‘지순시서志順詩書’란, ‘지志’는 ‘치幟’와 같으니 표제幖題를 말한다.
오늘날 학동들이 일과로 글을 읽을 때 종이 찌를 사용하여 번호를 매기는 것과 같다.
고루한 유생이 다만 찌를 붙이면서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의 문구를 따라 읽기만 함으로써 일생을 마치도록 깊은 뜻을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왕인지王引之 : 이 글은 본디 ‘안특장학잡지安特將學雜志 순시서이이이順詩書而已耳’로 되어 있었을 것이다.
지금 판본에 ‘지識’와 ‘지志’ 두 글자가 함께 나와 있는 이유는 책을 교감하는 자가 ‘지志’ 곁에 ‘지識’자를 기록해둔 것을 옮겨 쓴 자가 실수로 본문 속에 끼워 넣었을 뿐이다.
‘학잡지學雜志’와 ‘순시서順詩書’는 다 세 글자로 구가 이뤄진 것이니, 여기에 ‘지識’ 한 자가 더 많아지면 중복되어 말이 번거롭게 된다.
양경楊倞의 주도 본디 ‘잡지雜志 위잡기지서謂雜記之書 백가지설百家之說’로 되어 있었을 것인데도 지금 ‘잡식지雜識志 위잡지기지서謂雜志記之書 백가지설百家之說’로 되어 있으니, 이는 모두 뒷사람이 이미 잘못된 본문을 따라 추가한 것이다.
아래의 주에 ‘직학잡설直學雜說 순시서이이順詩書而已’로 되어 있으니, 글의 의미가 매우 분명하여 충분히 뒷사람이 잘못 고친 오류를 바로잡을 만하다.
선겸안先謙案 : ‘학잡식지學雜識志’는 왕씨王氏의 설이 옳다.
‘안安’은 ‘안案’과 같고, ‘특特’은 ‘직直’과 같다.
여기에 ‘안특장학잡지安特將學雜志 순시서順詩書’라 한 것은 〈해폐편解蔽篇〉에 ‘안직장치괴설案直將治怪說 완기사玩奇辭’라고 한 것과 같다.
《순자荀子》에 ‘안安’과 ‘안案’자를 사용한 뜻은 혹은 어조사로 쓰기도 하고 혹은 ‘즉則’자의 뜻으로 쓰기도 하였는데, ‘즉則’자로 쓴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
강국편彊國篇〉에 ‘
진사좌안좌秦使左案左 사우안우使右案右’는
注+초楚나라에게 그렇게 하도록 한 것이다. ‘왼쪽으로 향하게 하면 왼쪽을 향하고 오른쪽으로 향하게 하면 오른쪽을 향했다.’는 것을 말하고,
〈신도편臣道篇〉에 ‘시안왈시是案曰是 비안왈비非案曰非’는 ‘옳으면 옳다고 말하고 틀렸으면 틀렸다고 말한다.’는 것을 말하고,
〈
정론편正論篇〉에 ‘
폭국독치暴國獨侈 안능주지安能誅之’는
注+‘능能’자는 잘못 덧붙여진 글자이다. ‘폭군이 통치하는 국가가 유달리 사치하고 방종하면 죽여 없앤다.’는 것을 말한다.
또 ‘금자송자안불연今子宋子案不然’은 ‘지금 자송자子宋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해폐편解蔽篇〉에 ‘학자이성왕위사學者以聖王爲師 안이성왕지제위법案以聖王之制爲法’은 ‘성왕聖王을 스승으로 삼는다면 성왕의 제도를 자기의 법도로 삼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사례들은 모두 ‘안安’과 ‘안案’으로 ‘즉則’자를 대신한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어조사이다.
〈부국편富國篇〉의 ‘즉안이위리야則案以爲利也’와, 〈중니편仲尼篇〉의 ‘지어성왕至於成王 즉안이무주이則安以無誅已’와,
〈대략편大略篇〉의 ‘지성강즉안무주이至成康則案無誅已’와, 〈신도편臣道篇〉의 ‘범인비현즉안불초야凡人非賢則案不肖也’의 경우는
‘즉안則案’과 ‘즉안則安’을 연이어 사용하였는데, 이때의 ‘안安’‧‘안案’은 또한 어조사이다.
〈강국편彊國篇〉의 ‘시하야是何也 즉소사지지야수則小事之至也數’이라 한 경우, 그리고 ‘시하야是何也 즉기태무유사則其殆無儒邪’와, 〈천론편天論篇〉의 ‘생어금이지호고生於今而志乎古 즉시기재아자야則是其在我者也’라고 한 몇 군데의 ‘즉則’자는 어조사로서 ‘즉則’ 또한 ‘안安’‧‘안案’과 같다.